딸아이 담임선생님은 이번에 임용된 초보 선생님이다. 처음 담임선생님이란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많았다. 억센 아이들을 초짜 선생님이 어떻게 다를 것인지 그저 걱정이 됐다. 아이들한테 휘둘리지는 않을까걱정이 많았는데 말 그대로 노파심에 지나지 않았다. 선생님의 조용조용한 말투, 전혀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철저하면서도 아이들한테는 아주 객관적인 누구도 편애하지 않고 누구도 특별히 예뻐하지 않는 그런 객관성이 아이들한테는 신뢰를 받는 듯 아이들은 다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눈치다. 학기초에는 너무 조용한 말투가 아이들한테 들리기는 할까,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졸지는 않을까, 집중을 제대로 할까 싶었는데 아이의 말은 달랐다.
"선생님 목소리가 작으니깐 집중이 더 잘 돼. 집중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으니깐 오히려 더 좋은데"
딸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담임선생님이 이번이 4번째인데 지금 선생님을 가장 믿고 의지하는 눈치다. 그런 딸아이가 어제는 아주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엄마, 선생님은 소리를 지르지 않아. 어쩌다 소리를 지르는데 그건 엄마한테 비하면 소리도 아니야. 근데, 이상한 건 남자 아이들이 말을 듣는다는 거야."
"어떻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말을 듣지?"
"그러니깐 그게 참, 신기한데...선생님은 아주 조용하게 말씀하시는데 남자 아이들이 장난을 멈추고 선생님의 하라는 데로 해. 그렇게 장난치는데 내가 선생님이면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 같은데 선생님 인내심이 대단한 것 같아."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것도 몇씩 낳은 것도 아니고 하나 낳아 키우면서도 집밖으로 소리가 빈번하게 나갈 정도로 목소리를 키우고 사는데 어떻게 25명이나 되는 아이들한테 소리지르지 않고 조용하게 다룰 수 있을까. 엄마인 필자도 신기했음이다.
그런데 그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봄이 실종되었나 싶을 정도로 춥더니 바로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더위가 장난이 아닌 한 주였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교길에 땀으로 머리가 젖을 정도다. 그런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을 그냥 지나칠리가 없다. 참새가 방앗간을 거치듯 아이들은 문방구를 들리고 편의점을 들린다. 학교에만 출석체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문방구, 편의점에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담임선생님은 하교 지도를 하고 학교로 다시 들어가시는 듯 했다. 딸아이 반 남자아이들 몇몇이 아이스크림통의 문을 열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어디선가 뿅하고 담임선생님이 나타났다. 그냥 나타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통의 문을 못 열게 잡았다.
"더우면 집에 가서 물 먹어요."
선생님은 예의 조용한 말투로 아이들을 저지했고 아이들은 고개를 살포시 숙이는가 싶더니 전부 아이스크림통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선생님은 학교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시 아이스크림 통으로 오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그냥 하교하는 것이다. 어찌나 신기한지 그저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딸아이 낳고 10년을 한결같이 인내심 부족을 들어내며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도 소리 지르고 협박하고 욱박지르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저건 무슨 신기술이란 말인가.
어찌되었건 딸아이의 말을 완전하게 믿었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선생님의 조용한 포스에 아이들이 아주 얌전하게 말을 듣는 걸 보고 아이들이 선생님께 갖는 믿음이 얼마나 큰지도 알았고 선생님의 조용조용한 목소리에도 엄마인 필자도 없는 내공이 숨어있다고 말이다. 어찌되었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생님이 너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