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부모가 의사면 아이가 폭탄이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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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지인의 딸 A도 초등학교 4학년이다. A의 반에 남학생 C가 전학을 왔다.
근데, 이 남자 아이가 보통이 아니다. 오죽하면 전학 오자마자 일주일도 안돼  폭탄이라는 별명까지얻을 정도로 수업을 방해하는가 하면 아이들과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법이 없이 사고 뭉치로 이름을 드높이게 됐다. 수업중에 벌떡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하고 갑자기 옆 짝꿍 얼굴에 침을 뱉기도 하는 등 열거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아이들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 했다. 아이가 맞고 오거나 얼굴에 침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부모가 전학 온 그 아이를 예쁘게 보겠는가. 당연히 선생님께도 말씀이 들어갔을 뿐 아니라 엄마들 사이에서도 시끄러웠다.
그리고 얼마 후 공개수업이 있었다. 아무리 공개수업이라고 해도 엄마들은 거의 펭귄모양으로 쭉 고개를 빼고 우리 아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선생님이 수업을 경청하게 된다. 그 자리에는 같이 수업을 받는 그런 태도로 교실에 있게 되는데 수업이 시작하고 20분쯤 지났을까 문이 열렸다. 근데, C엄마가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는 테이크아웃한 음료를 들고 교실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모든 엄마들의 시선은 아닌 척했지만 그 엄마한테 쏠렸다. 그리고 그 엄마는 남아도는 의자를 찾아다 다리를 꼬고 앉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선생님의 수업을 말 그대로 지켜보는 자세로 말이다. 아이와 엄마가 모두 폭탄이라는데 모두 공감했단다.

엄마들도 4학년 쯤 되면 그룹이 나뉜다. 00파까지는 아니더라도 친하게 같이 몰려다니는 그룹이 생기기 마련이다. 뜻 맞는 엄마들끼리 아이들 생활체육이랄까, 논술같은 것도 같이 뭉쳐서 하게 되고 정보를 같이 나누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 그룹에 끼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어도 엄마들끼리 윤허(?)가 떨어지지 않으면 절대 들어가지 못한다. 아이들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아이한테 방해가 되지 않는 그런 아이, 경쟁이 될 수 있는 아이여야 하는 조건과 엄마들의 레벨(?)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B의 엄마는 그 그룹에 끼기 위해 참으로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B엄마는 끼지 못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처럼 대놓고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그룹에 끼어주지 않을 뿐 겉으로는 아닌 척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B엄마는 포기했다. 그런데 전학 온 C는 별다른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모임에 끼었다. 엄마들 사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의아해했다.

MS PowerPoint ClipArt


지인처럼 전혀 그 모임에 관심이 없는 엄마도 있다. 아이들끼리 뭉쳐서 뭔가를 하는 것에 이득보다는 해가 많다고 생각도 하지만 아이들 공부엔 동급생 엄마들의 조언보다는 한 두해 앞선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그녀다. 그러면서도 그 그룹에 속하면 뭐가 다를까 싶은 호기심은 있었는데 전학 오자마자 폭탄이라는 별병까지 얻은 C가 그 그룹에 속했다니 얼마나 놀라워 했다.

근데, 이유는 어이없게도 너무 쉽게 밝혀졌다. C의 엄마 아빠가 모두 의사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엄마 아빠의 직업이 그들의 모임에 끼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그들은 C가 어떤 아이이건 상관하지 않기도 내부 결정이 난 모양이었다. 그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들으면서 참으로 많이 씁쓸했다. 필자의 직업이 고소득의 전문직이었다면 전혀 씁쓸해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과 못 낳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모임에 맘 먹으면 언제든 낄 수 있는 것과 모임에 껴주지 않는 것은 분명 엄청난 차이 아닌가. 아이들의 왕따에 엄마들은 걱정하며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거울인 이런 어른들을 보고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아닌가 싶다. 엄마 아빠의 직업이 아이들한테 미치는 영향은 점점 아이들이 커갈수록 커지는 듯 하다.  저학년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아이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우리 아빠는 00대 나왔다. 우리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모두 00대 나왔어. 뭐, 이런식의 자랑부터 우리 아빠는 한달에 1000만원 번다, 우리집은 50평이 넘는다같은 자랑아닌 자랑이 시작됐고 그 말을 전하면서 딸아이도 묻는다.
"엄마, 우리집은 몇 평이야?"
"엄마, 어디 대학 나왔어?"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엄마가 어디를 나왔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가 공부잘해서 00대를 들어가면 되지. 엄마 아빠가 나온 거 아무 소용없어. 니가 들어가야지."
궁색한 말로 답변을 해주면서도 속은 편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만 이야기가 끝나면 좋겠는데 부모의 직업으로 모임에 끼이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다는 것은 분명 충격이다. 물론, 단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돌아보니 약자가 되버린 듯한 기분은 결코 좋지 못했음이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내세울 것 없는 부모라서 급 아이한테 미안해진 기분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