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동이' 인현왕후도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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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장희빈은 언제나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맡는다.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다는 카리스마 넘치고 요부라는 이미지까지 갖고 있는 장희빈에 대한 여배우들의 로망이랄까. 암튼, 그래서 많은 배우들이 장희빈으로 분했다.

필자가 너무 어린 시절이라 모르겠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장희빈이었다는데는 조금 충격이었다. 그 걸걸한 목소리로 어떻게 앙칼진 목소리를 뽑아냈을까 싶기도 했고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얼굴이 장희빈의 이미지와 맞았을까도 많이 궁금했더랬다. 하지만, 연기력 하나는 절대 뒤지지 않는 배우이니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잘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후로 장희빈은 정선경도 있었고 김혜수, 그리고 2010년엔 이소연이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라고는 감히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2010년의 장희빈은 예전의 장희빈과 좀 달라진 모습이었다. 눈에 힘주고 질투에 몸부림치며 카리스마 넘치는 요부의 스타일이었는데 그녀는 CEO같은 이미지에 내 사람을 챙길 줄 알며 또한 소리도 눈에 힘도 크게 주지 않는 그런 장희빈으로 분했다. 장희빈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동이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조금씩 눈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조금씩 언성도 높아지고 조금씩 사악해지고 있음이다. 그런 그녀가 CEO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고는 하나 너무 고인물에서 오래 있어 조금씩 해안이 어두어진 것은 아닌가 아니면 더 이상 올라 갈데가 없는, 정점을 찍은 그녀에게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그녀를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이해도 된다.

동이 인현왕후 - TVdaily

어찌되었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연기력이다. 장희빈은 맡은 배우들은 그 누구도 연기력 논란을 겪지 않았다. 김혜수의 동그랗고 체격 좋은 몸이 한복에 어울리지 않아 잠깐 말이 많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누리꾼들의 입방아도 거세지 않았을 때라 무난하게 장희빈으로 그녀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메이크업도 눈에 초점을 맞추고 진한 립스틱까지 바른 그 시대의 팜므파탈의 냄새까지 풍겼던 장희빈이었다. 그녀가 사약을 먹고 표독스럽게 죽을 땐 섬뜻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장희빈의 연기력에 비해 인현왕후는 현저하게 저급한 연기력으로 기억한다.

인현왕후는 비운이 왕비에 속한다. 장희빈 때문에 폐비가 됐다 5년만에 다시 중전으로 복귀하고 6년만에 죽었으니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가혹한 삶을 살았던 인현왕후다. 그 인현왕후를 연기한 배우들은 어땠을까. 착하고 질투도 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새를 형성하지도 못했던 그녀이기에 장희빈에게 밀려 폐비가 되는 그녀를 좀 더 가련하게 좀 더 비운이 왕비로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악악대고 머리 떼굴떼굴 굴리는 장희빈에 가려 제대로 빛은 못 받는 역이라고 하더라도 심하게 발 연기의 여배우들이 인현왕후로 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기억나는 인현왕후는 사극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대사처리 능력을 가졌던 김원희다. 사가로 쫓겨난 소복을 입었던 김원희 인현왕후는 참으로 연기라 할 수 없는 연기를 했다. 대사 처리도 미흡했지만 감정처리로 아주 보기 거북했다. 김원희가 예능 MC로 전직한 것은 아주 적절한 판단이 아닌가 싶다. 지금 2010년의 인현왕후 박하선도 그닥 연기력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녀 또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폐비로 쫓겨나는데 그녀의 안타까움이랄까, 좌절, 절망같은 그 어떤 분노의 표출도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그저 착하디 착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눈 한번 치켜뜨지 않고 목소리 한번 올라가지 않고 그저 인내하고 인내하는 모습까지야 어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녀의 절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착한 모습만 뵈줘야 한다데 큰 목표를 둔 듯 그렇게 말이다. 왜 인현왕후엔 연기력이 필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저 순한 눈빛으로 착하게 조근조근하게 말하면 그게 다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장희빈은 여배우라면 맡고 싶은 배역이고 왜 인현왕후는 아닐까. 인현왕후가 장희빈보다 연기하는데는 훨씬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고 본다. 눈에 힘주고 독기를 뿝는 것은 누구나 연습만 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인현왕후처럼 속내를 표출하지 않는 이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는 힘든 것이다. 인현왕후라면 높낮이 전혀 없는 목소리로 조용조용 차분차분하게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는 그런 조선시대의 여인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그녀의 슬픔이, 절망이 느껴져야 한다. 얼마나 속으로 삭혔으면 사가에서 병을 얻어 환궁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나이에 죽었겠는가..그런 그녀를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배우가 없어 안타깝다. 장희빈을 새로 해석했듯 그렇게 인현왕후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숙빈' 저자 김종성의 변처럼  어쩌면 동이가 장희빈보다 더 사악했고 팜프파탈한 여인이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모든 걸 다 얻었다. 천민이었던 그녀가 숙빈이 되고 낳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었으니 장희빈처럼 신분상승을 하기는 확실하게 했으나 그녀는 유지하지 못했다. 아들이 왕위에 오르긴 했지만 바로 승하했고 그녀 또한 사약을 먹고 죽은 신세가 되지 않았나.
역사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사실은 어찌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머리속에 뿌리깊게 박힌 우유부단한 왕 숙종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서인과 남인의 힘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해 여인들을 적절하게 이용한 군주로 다시 일깨워주는 지금 이시대에 인현왕후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