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점수는 실력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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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아이를 낳지 않았을 때, 조카들의 점수에 민감한 언니를 보면서 그랬다. 초등학교 성적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저렇게 한두개에 민감할까 싶었다. 그런데 필자가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아이가 시험지를 받아오니 그 마음이 100% 이해됐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치사하게 한 두개에 목청 높이는 일을 필자도 하고 있는 것이다. 시험점수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는데 1학년, 2학년, 3학년을 지나 4학년이 되면서 점점 아이들도 시험점수에 성적에 연연하는 걸 보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초연하긴 힘들다. 단원평가가 있기 전날이면 같이 문제집도 풀고 요점 정리집도 읽히고 기본적으로 엄마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한다. 노력한 만큼 아이가 점수를 받아오길 기대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딸아이는 욕심이 많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점수도 나와야 만족한다. 집에서 문제집을 풀때도 틀리면 많이 괴로워 할 정도로 말이다. 초등학생이 벌써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공부하면 안된다고 틀릴 문제를 제대로 알고 넘어가면 된다고 오히려 엄마인 필자가 위로할 정도다.
그래서일까 딸아이는 곧잘 하는 편이다. 작년엔 전과목 올백으로 전교에 이름까지 날릴 정도로 아이는 잘했다. 그렇게 잘하는 아이가 편차가 심한 편이다. 1개 정도는 실수 했다고 해도 2개, 3개까지도 틀려올 때가 있다. 초등학교 시험에서 3개가 별거냐,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그건 틀리는 개수에도 포함이 안된다고들 주변해서 말하지만 지금 딸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고 아직 중학생이 아니다. 나중에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그랬었는데 다 소용없었어 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지금 시험을 하나하나 잘 보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기초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MS PowerPoint ClipArt

딸아이 반 담임선생님은 올해 임용된 선생님이다. 작년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등수까지 나열하며 못하는 아이들한테는 '니가 우리 반 반평균 깎아 먹는다'는 등의 심한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하셨다. 물론, 그렇게 아이들한테 엄마처럼 심한 말을 하면서도 공부는 깔끔하게 잘 가르쳤다. 공부 욕심 많고 승부욕 강한 딸아이한테 그래서 3학년 담임선생님은 잘 맞았다. 아이의 성적이 좋게 나오는 만큼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만큼 자신감을 불어 넣어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됐다.
4학년 담임선생님은 천사들의 합창 히메나 선생님처럼 그렇게 모든 아이들을 살핀다. 공부를 잘하거나 좀 못하거나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을 사랑으로 살피니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을 좋아한다. 점수는 너희들 실력이 아니다. 너희들 실력보다 못 나올 수도 있는데 그렇게 연연하지 말고 부담갖지 말아라...이렇게 시험지 나눠주실 때마다 반복할 뿐 아니라 아이들 시험지를 점수가 공개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서 나눠주신다.

저번에 딸아이가 4학년 들어서 처음으로 1개를 틀렸다. 딸아이한테 시험지를 나눠주시던 선생님을 아이를 꼭 안아주시면서 그랬단다.
"실수도 할 수 있는거야. 너무 마음쓰지 마."
아이가 얼마나 점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선생님이 그랬을까 싶으면서도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했다. 딸아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많이 좋아했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에요라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성적순이 맞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성적에 얽매여야 하고 성적과 무관하게 아이들을 살피는 선생님은 많지 않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이런 선생님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흐믓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