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코드가 가득한 드라마는 흥미롭다. 자극적인 화면도 그렇지만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같은 것을 무시한 그들의 막무가내 행동에 같이 흥분하기도 하고 같이 동조하면서 그렇게 복수극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그게 다다. 분명이 그 시간 동안은 충분히 흥미롭게 몰입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게 다다. 보고 나면 남는 것 하나 없이 그냥 시간만 죽인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중독성으로 보기는 끝까지 본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욕을 한다. 그런 시청자들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보장되기 때문에 막장일 수 밖에 없는 드라마도 많다.
거기에 비하면 '인생은 아름다워'는 꾸밈없는 우리네 삶을 그대로 보는 것 같으면서도 그들의 아픔에 동감하고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태클을 동감할 수도 있다.
일단, 평범하지 않은 가정의 이야기다. 재혼으로 이룬 가정이고 서로 각각 둔 아이가 하나씩 있고 그리고 아버지는 난봉꾼이고 큰 아들은 게이다. 처음엔 그렇게 공감하기도 쉽지 않았고 몇 십년을 내팽겨친 가족들을 찾아온 난봉꾼 아버지도의 등장도 참으로 황당하고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라고도 생각했다. 저런 사람은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야 하는데 어쩌자고 저렇게 가족들이 받아주는 것일까 싶은 마음부터 그렇게 가족들이 따뜻하게 받아 줬음에도 불구하고 이 할아버지는 기존의 따듯하고 인자함과는 거리가 먼 까칠하고 소리도 잘 지르고 투정도 심하다. 다른 식구들한테 맞추기 보다는 다른 식구들이 자신한테 맞춰야 한다는 권위의식 제대로인 할아버지다. 그런 밉상의 할아버지를 다시 아버지로, 남편으로 받아들일 때만 해도 그렇게 절대 공감까지는 안됐다. 그저 볼 만한 드라마가 없으니깐 김수현표 드라마는 기본은 하니깐 하는 마음으로 봤고 처음엔 김수현도 이제 소재가 바닥이 났다 싶기도 했다. 근데,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인생은 아름다워는 빛을 발하고 있다.
커밍아웃한 큰 아들을 아무렇지 않게 감싸안는 가족들이 조금은 이상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렇게 된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 분명 경수네 엄마의 반응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런 부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거 말이다. 이렇게 자식은 자식으로서 부모는 부모로서 제 자리를 지키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아들이 게이여도, 아버지가 난봉꾼이어도 초혼의 실패가 있었음에도 충분히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저런 마음으로 자식을 보면 그렇게 화낼 것도 없고 그저 감사하고 예쁘기만 할 것 같다. 동이가, 탁구가 주는 희망이랑은 다르다. 동화속 주인공처럼 그렇게 역경을 헤쳐나가는 그들과는 다르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아주 조금만 마음을 바꿔 먹으면 가능할 것 같은 그런 얕은 희망이다. 실천하기엔 너무 힘든 먼 희망이 아니라 조금만 마음을 고쳐 먹으면 저렇게도 가능할 것 같은 그런 희망이다.
게이 아들을 보다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며 그 아픈 마음을 들어내지 않고 그냥 그 자체로 아들을 사랑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그냥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서일까.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있으면 괜히 짠해지기도 하고 인생 뭐 별거 있나 싶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 하고 싶지 않아도 억지도 하면서 그렇게 행복하지 않게 사는 것보다는 남들한테 피해주지 않는 한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러면서 가족도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지킨다면 인생은 아름다워질 것 같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모든 출연진은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다. 너무 허허실실한 아버지가 가장 평범하다면 평범할까. 수퍼우먼 엄마, 그리고 언제나 가족을,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초롱이, 자신 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까칠하면서도 깍쟁이 같고 저런 여자랑 살면 피곤할 것 같은 큰 딸, 게인 큰 아들, 난봉꾼 할아버지, 모진 세월을 이겨낸 할머니,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싱글 삼촌 둘까지...전혀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 가족으로 서로 융화되어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김수현표 대사에 제주도의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져 완소 드라마로 거듭났다. 별 이야기가 없어도 그냥 잔잔한 그들의 이야기가 보는 것 만으로 짠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적이라 주말 저녁이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