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글로리아' 착착감기는 대사, 역시 정지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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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더 이상 바닥이 없을 것 같은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이고 오늘보다 더한 내일은 없을 것 같은 그들이다. '글로리아'의 모든 이들이 그렇다. 세를 놓고 사는 셋집 주인도 그렇고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도 그렇고 잘사는 집의 딸도 돈이 많다는 것만 빼면 그녀에게도 삶의 끈을 굳이 잡고 있어야 하나 싶을 만큼 사는 것은 녹녹치 않다. 잘난 집안의 서자(이강석 - 서지석)로 사는 아픔이나 잘난 남자의 여자(여정난 -나영희)이지만 숨어 있어야 하고 나서지 못하는 그런 여인도 있다. 그런 아웃사이더의 삶이 진솔하게 그러면서도 밝게 비춰지고 그런 가운데 희망이란 걸 꿈꾸게 하는 주말 드라마 글로리아가 3회 방송됐다.

일단, 시작은 지금까지의 MBC드라마의 부진을 씻어줄 듯 하다. 개성있는 배우 배두나의 존재감에 원래 그가 맡은 하동하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자연스러운 이천희의 티격태격은 처음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너무 바닥이어서 더 이상 바닥이 어딜까 싶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도 미래라는 것이 있고 꼭 살아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에겐 희망이란 없어 보인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힘든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전직 가수였던 나진주(오현경)의 존재는 나진진에게 삶의 무게를 더욱 더 무겁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렇다고 떼어낼 수도 없는 그런 자매라는 끈으로 연결됐다. 모든 과거의 기억을 잃은 언니는 5살의 지능으로 스스로는 아주 많이 행복하다. 단순하게 지금 뭘 해야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떨어질 것 없는 진흙탕에서도 그녀는 전혀 슬프지 않다. 그저 하루하루 어린아이같이 먹는 것 , 자는 것만 해결되면 행복한 그녀다. 과거를 잊은 그녀는 어린 아이가 됐는데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살아내야 하는 것은 오직 나진진의 몫이다. 그런 그녀에게 그냥 친구라고 우기는 이천희의 존재는 없는 듯 있는 듯 하지만 꼭 있어야 할 그런 친구다. 송충이도 태어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나진진(배두나)의 말이 여운이 남는다.

글로리아 - 뉴스엔

너무 바닥이어서 깝깝할 것 같은 그들의 삶은 근데, 우울하지 않다.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인 한 물 간 나이트클럽에서 가수로 일단 4만원을 받는다는 것이 뭐 그리 희망적일까 싶지만 그들에게 로또같은 삶이 주어지는 것보다, 백마탄 왕자를 만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자주적인 삶을 이어가는 스텝바이스텝같은 성장이 되지 않겠나. 그러면서 여정난의 아들과도 살짝이 얽히기도 하고 여정난의 아들 이강석은 정략결혼 상대인 정윤서(소이현)과 묘한 관계를 이루면서 이야기는 탄력받을 듯 하다.

거기에 특이할 만한 것은 대사 처리 능력이 탁월한 작가의 솜씨다. 다른 작가와는 다른 패턴으로 착착 달라붙는 듯한 감기는 대사는 역시 김수현 작가를 따라올 작가가 있을까 싶었는데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그저 주말 드라마가 새로 시작했다고 해서 보기는 하는데 대사처리가 착착 감기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감기는 대사를 쓸까...정지우 작가였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가문의 영광','별을 따다줘' 모두 그의 작품이다. 모두 즐겨봤던 드라마의 작가라고 생각되니 더더욱 글로리아에서 희망이, 가족애가, 제대로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생겼다.
작가를 보고 드라마를 선택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싶지만 적어도 그 작가라면 기본은 될 것 같은 믿음이 있어 좋다.

이제 이야기는 시작이고  진행되기 시작했다. 아직 인물들이 얽히지도 않았고 갈등이 고조되지도 않았으며 아직 희망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낼 이야기에 가문의 영광이 만든 가족애와 완벽한 이웃을 만드는 법이 가진 약간의 미스터리가 별을 따다줘의 희망과 사랑이 버무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