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부작으로 예정됐던 동이는 인기에 힘있어 14부 연장방송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서 이야기는 최철호를 하차시키기 위해서든 어찌되었건 남인을 떨거 내고 동이가 숙원까지 되기는 아주 금방인 듯 그랬다. 상당히 긴박했고 나름 재미도 있었으며 흥미로웠다. 그 흥미가 동이가 숙원이 되면서 그녀의 너무 지나친 사람됨이 조금씩 신격화가 되는 듯 싶더니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장옥정이 사약을 마실 때도 인현왕후도 아플 기미가 없다.
아이낳고 잘 살았데요~~하는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분명 이야기는 재밌을 수도 있지 않을까. 꼭 갈등이 고조되고 그 갈등이 해소되어야만 흥미롭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을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동이의 갈등은 이제 더 이상 몰입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리 흥미진진하지 않다. 어차피 하늘은 동이의 편이고 장옥정은 사약을 먹게 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이제 큰 사건만 남겨둔 동이다. 장희빈이 언제 사약을 먹게 될지, 인현왕후가 언제 죽을지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이는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갈등을 끌어 가기 위해 엿가락 늘리듯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쳐내도 상관없을 것 같은 그런 불필요한 장면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점점 동이에 집중하기 힘들다.
근데, 왜 이렇게 급속도로 동이가 재미없을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매주 월, 화 동이를 봤고 그 동이의 이야기는 매주 비슷비슷한 패턴으로 너무 오랜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이야기는 흘렀다. 지나고 보니 장옥정은 중전마마에서 희빈마마가 됐고 그리고 동이는 숙원이 됐고 왕자를 낳았다. 아, 인현왕후가 다시 중전마마로 복귀했다. 인현왕후는 아파야 눈길을 끌까 싶은데 그녀는 아직도 꼿꼿하게 앉아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동이가 가겠다면 가라고 오겠다면 오라는 말을 할 뿐 특별한 존재감이 없다. 그저 어딘가에 그녀가 있다고 알고 있을 뿐 빼먹기 쉬운 존재감이다. 그에 비하면 여전히 세자의 모후를 앞세워 다시 권세를 잡으려는 장옥정은 이미 바닥인데 공허한 허우적거림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독기가 지친다.
영조의 어머니 동이에 대해서도 신격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녀의 사람됨이나 왕의 어머니로서 신분은 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런 여인이었다는 것을, 그냥 신데렐라가 아니라 백성을 생각하고 자신의 분수를 알며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그런 여인이었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충분히 알았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위험에서 천동이가 된 동이가 최동이가 되기 위함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게둬라가 꼭 출연했어야 했는가, 옛날을 회상하는 장면을 굳이 그렇게 곳곳에 삽입했어야 했는지 너무 친절해서 고맙다고 하기엔 제작진의 속내가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다. 이미 조서시대 최고 신데렐라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로 그렇게 쭉 행복하게 잘 살았데요로 알고 있고 장희빈은 사약먹고, 인현왕후는 병으로 죽는다는 기본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시청자에게
불필요한 갈등은 채널 고정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1시간을 넘게 시청하고 돌아서면 그닥 건질 내용은 없다는, 이제 큰 줄거리가 하나씩 해결이 되어야 할 시점이 됐는데 갈등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니 중반을 넘어선 지금 지루할 수 밖에 없지 않나. 50부작 예정에선 42부면 이미 죽었어야 할 인현왕후도, 장옥정이 언제 사약을 먹을까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50부작에서 64부작으로 늘어났으니 14부를 얼마나 많은 쓰잘데기 없는 에피소드로 채우며 이야기를 끌고 또 끌지는 안 봐도 지루하다. 꼭 의리를 지키고 본방사수를 하지 않아도 인현왕후가 죽을 시점에서, 장희빈이 사약을 마실 그 시점에서 챙겨봐도 그닥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다.
늘어난 14부 만큼 시청자는 동이를 더 오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인현왕후가 50부작쯤에서 죽을 것이라니 장옥정의 힘빠진 독기도 한참을 더 봐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