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우에 대해 한 작품만 보고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내지는 존재감이 있다, 없다는 따지는 것이 얼마나 많이 편협된 생각인가 반성했다. '아저씨'의 원빈을 보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부드럽고 착한, 맺고 끝는 것 잘 못할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아니, 거기다 성 정체성이 의심될 만큼 아름드리 기른 단발머리에 커피 CF는 아무리 원빈이라고 해도 그닥 바람직한 모습으로 뵈지는 않았다. 물론, 그 모든 것이 만들어진 컨셉이고 캐릭터라는 것을 알면서는 대중은 그렇지 않다. 그가 맡은 연기에서 그를 찾고 그를 기억하고 그를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태극기 휘날리며에선 형인 장동건을 졸졸 쫓아다니는 자주성없는 인물로 마더에서는 엄마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조금 어눌한 인물로 그는 나름 그의 연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고 인정받았지만 필자는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맡은 역이, 캐릭터가 저런 존재감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송아지처럼 맑고 큰 눈이 가진 착한 이미지 때문에 캐릭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는 존재감과는 거리만 그렇다고 연기력을 논할 수는 없는 아주 묘한 경계션에 위치했던 것 같았다. 그런 그가 이번 '아저씨'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존재감이라는 것이 이렇다는 것, 그렇게 송아지처럼 큰 눈에서도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액션에 감탄하고 그의 잔인함에 허걱했다. 원빈을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너무 매끈한 그의 군살없는 몸에 동안이기까지한 그에게 아저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이를테면, 배 나오고 약간은 주변 의식하지 않는 그런 아저씨라는 호칭을 붙여도 되는 것일까, 어울릴까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오빠라는 호칭보다는 아저씨라는 호칭을 써야하는 것이 맞아 보였고 나름 아저씨란 호칭이 차태식이란 사람의 또 다른 이름처럼 그렇게 거부감없이 잔인하고 우울한 아저씨에서 '피식'하고 웃음이라도 만들어주는 아저씨가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저씨와는 차별화됐음은 확실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영화를 보면서 , TV를 보면서 가장 괴롭고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아동 학대, 성폭력에 관련된 기사다. 세상에 어떻게 맑고 밝고 행복한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끔찍한 범죄도 분명 세상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범죄를 꼭 눈으로 확인하고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몰랐으면 하는데 너무 리얼해서 오히려 채널을 돌리는 그런 프로가 은근히 많아졌다. 다른 집 아이의 일이니깐.. 이라고 마음 편하게 시청하기엔 소심한 엄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에 대한 내용은 밝고 맑기만을 바라는 필자인데 '아저씨'는 그런 면에서 소재가 필자와 맞지 않았다. 필자가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 TV라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렸을 그런 잔인하고 금수만도 못한 저런 사람들은 없어야 하고 있다고 해도 알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그런 이들을 많은 시간을 할애애 보면서 아저씨의 복수를 즐기기엔 엄마라는 이름표가 장애가 됐다. 남편은 아무도 안남기도 몽땅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통쾌한 복수가 되지 않았냐고 했지만 필자는 그렇지 못했다. 너무 잔인한 장면들의 반복은 나중에는 짜증이 날 정도였고 언제 끝나나 싶을 정도로 멀미났고 눈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그랬다. 눈을 가려도 들리는 뼈부러지는 소리, 찔리는 소리까지는 어쩌지 못하니 그냥 볼 수 밖에 없는 보기엔 잔인한 장면 장면들이 너무 끔찍했다. '나는 전설이다'같이 무서운 영화를 볼때의 움찔움찔함과는 다른 너무 잔인해서 보고 싶지 않은 그런 짜증스러움이다. 그 짜증스러움이 통쾌한 복수를 즐기는데 방해가 됐다.
아동학대를 넘어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금수보다 못한 나쁜 사람들이 아저씨의 손에 깔끔하게 처리됐다는데 안도한 것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가능했다. 영화가 끝나고도 잔인한 장면장면들에 대한 여운은 꽤 오래갔다.
영화는 많이 잔인하고 많이 끔찍하며 많이 우리의 아이들을 위태로워 보이게 했다. 너무 잔인해 통쾌한 복수를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만큼 끔찍한 장면이 많았던 아저씨였다. 그럼에도 아저씨 원빈의 변신은 훌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