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은 딸아이와 같은 학년이지만 5살때 영어를 시작해 지금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공부한 덕에 꽤 잘한다. 외국에 한번도 나갔다 오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대화는 물론이고 꽤 어려운 영어책도 읽을 뿐 아니라 테스트도 아주 잘 나온다. JET 테스트에서 1등급이 나오는데 그것도 1개가 틀렸었나 그랬다. 그것도 2년전 이야기다. 아무튼, 옆에서 보기에 참으로 부러운 아이다. 꽤 높은 레벨의 클라스에 속해있는 아이의 영어를 A엄마가 이젠 봐주기가 쉽지 않은 것을 지나쳐 손을 놨다. 그저 엄마처럼 되지 않으려면 공부해라...라는 말로 격려할 뿐 아이한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그런지 꽤 됐다고 하는 A엄마나 그닥 레벨이 높지 않은 딸아이의 영어를 보기만 해도 울렁증이 생기면서 급 난독증이 생기는 필자도 마찬가지기에 아주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아이가 영어 학원에 당연히 다닌다. 영어 학원에선 english zone 이라고 korean speaking NO! 다. 하도 흉흉한 일이 많아서 아이가 학원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이 되야 안심이 되는 요즘이다. A가 분명 학원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이가 전화가 없더란다. 아이들은 엄마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을 만나면 전화하는 것을 금방 까먹는 모양이다. 걱정이 된 A엄마는 A한테 전화를 걸었다.
벨이 몇번 울리고 전화를 받는가 싶었는데 끊어졌다. 끊은 것인지 끊어진 것인지..걱정이 되는데 A한테 문자가 왔다.
"도착했어요."
그제서야 눈치챘다. English zone에서 학원에 도착했다는 것을 영어로 말해야 하는 A가 엄마를 배려해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딸아이가 이번 방학에 영어 학원을 옮겼다. 전에 학원에선 korean speaking NO!는 교실에서만 적용됐는데 이 학원은 학원 전체가 english zone이다. 건물 전체가 금연이라는 문구는 봤어도 학원 전체가 english zone이라니...화장실에서도 복도에서도 영어를 써야 하는 것이다. 처음 학원을 옮기고 다녀온 딸아이가 신났다.
"엄마, 2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C만났다"
"그래? 같은 반이야?"
"아니, 걘 영어 잘해."
영어가 유난히 아킬레스건인 딸아이는 무조건 다른 아이들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인사했어?"
"그럼"
그 인사라는 것이 학원 전체가 english zone이다 보니 복도에서 만난 C한테 인사를 하려면 영어로 해야하는데 그러기는 많이 쑥쑤럽더란다. 그래서 툭툭치고 손으로 '안녕'했단다. 다음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C가 있더란다. 이번엔 C가 딸아이를 툭툭치더니 '안녕'하고 손 인사를 했다. English zone이 아이들한테는 말을 줄이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 했다.
복도, 화장실에서도 korean speaking NO! 이니 교실에선 더 엄격할 것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최선을 다해 영어로 말하려고 하거다 아주 조그맣게 한국말을 하는 모양이다. 딸아이는 간식으로 밤을 가져갔다. 아주 작은 포장지의 밤을 챙겨줬는데 그나마도 가방에서 으깨져 입에 털어 넣으며 먹느라 다른 아이들한테 나눠주지 못했는데 밤을 먹고 있는 걸 본 남자아이가 딸아이한테 더듬더듬하며 묻더란다. 어디서 났냐고… 딸아이가 조그맣게 말했단다.
"house"
"ah"
레벨이 높은 클라스에서는 좀 더 긴 대화가 이루어지려나...많이 웃기기도 하고 아이들의 상황이 재밌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