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무 고지식해서 손해볼 때가 있다. 꼭 손해라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간이 콩알만해 손해라고 느끼는 것이 그것이다.
콘도에서 2박을 머물렀을 때다. 1박을 했는데 아침 10시가 됐을까..방송이 시작됐다.
퇴실시간은 12시이며 적어도 10분 전에는 내선 29*로 연락을 해서 객실 확인을 받으라는 내용이었고 30분 간격으로 방송이 나왔다. 퇴실은 다음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은근히 계속되는 방송에 주의를 기울이게 됐고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를 분리하고 정리했다. 일단, 쓰레기를 제대로 버려두면 다음 날 퇴실할 때 편하리라 생각하고 하루 전부터 퇴실 준비를 했다.
다음 날 우리가 퇴실해야 할 날이 밝았다.
전날 저녁 쓰레기를 이미 갖다 버려 그닥 쓰레기를 많지 않았다. 일단, 사용한 그릇을 설거지하고 그릇의 물기가 빠지길 기다렸다가 처음에 있었던 상태로 정리하고 식탁위도 말끔하게, 사용한 밥솥까지 깨끗하게 치우고 이불도 각까지는 못 맞췄지만 예쁘게 게서 옷장에 정리했다. 짐을 싸는 것보다 더 정성을 다해서 객실을 정리했다. 객실을 점검하러 올 직원한테 A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최선을 다해서 처음 객실에 들어설 때처럼 정리했다.
그리고 방송에서 수차례 알려준 내선 번호를 눌렀다.
"372 퇴실 하려는데요."
"네..키 가지고 로비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허, 검사한다고 해서 열심히 청소하고 정리했는데 다 하니깐 검사를 안한다니...이런 이건 아니지 않나.
숙제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개발을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숙제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숙제를 하면서 좀 더 지식을 쌓기를 바라겠지만 숙제를 하는 학생은 절대 그렇지 않다. 숙제는 숙제대로 하고 공부는 공부대로 따로 한다. 숙제를 열심히 했는데 검사를 하지 않으면 그것처럼 허탈한 것이 없다. 검사를 받기 위해서 칭찬을 받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한 것에 대해 알아줘야 숙제를 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시험공부 열심히 했는데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방송을 함으로서 필자같이 소심한 사람들은 열심히 정리하고 청소할 것이니 콘도 관리 차원에서는 아주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검사를 받지 못한 인정받지 못한 필자는 뭔가 억울한 기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충하고 나올 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