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서 날이 시원해졌다고는 해도 후덥지근하고 끈덕함은 여전하다. 제습기를 돌리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그렇게 축축하고 빨래는 뽀송뽀송하게 마르지 않는다. 이런 날은 여전히 불쾌지수가 높고 사람들기리 부딪히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살겠나.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버스 안은 빨래 삶는 냄새가 나는 듯 그런 공간에서는 다행이 승객이 많지 않았다. 승객은 많지 않았고 냉방은 제대로 되어 있는 터라 자리를 잡고 앉자
마자 졸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누군가 그러는 것이다.
"아가씨! 비켜!"
잠깐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바로 옆에는 목발이 보였고 자동반사로 벌떡 일어나 자리를 비켰다.
그렇게 일어나 자리를 비키긴 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자다가 이게 뭔 봉변인가 싶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버스 안에는 자리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나씩 따져 보았다.
필자는 경로석에 앉았는가. 아니다.
필자는 임산부배려석에 안았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버스안에는 승객이 엄청나게 많았거나 빈자리가 없었나..그것도 아니다.
필자는 경노석에 앉은 것도 아니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것도 아니었다. 경로석, 임산부 배려석도 빈 자리가 많았다. 그렇게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데 굳이 필자가 꾸버꾸벅 졸고 있는 자리까지 와서 자리를 비키라고 한 그 사람의 저의가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이유가 없었다.
자리를 비키지 않기 위해 조는 척 한 것도 아니었고 버스에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도대체 왜 그 사람은 필자를 깨워서까지 그 자리에 앉고 싶었을까...
시원한 버스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갑자기 소리치는 바람에 깨서 자리를 비키는 것 까지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버스안에 자리가 없었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할 수도 있는데 빈자리가 그렇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필자를 깨워서까지 그 자리를 차지해야 했던 그 어르신의 심보가 상당히 섬뜻하기까지 했다.버스안에서는 졸 자유도 없는 것인가....많이 놀랬고 많이 불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