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면 갈수록 여유로워지고 느긋해지는 것보다는 사회의 편견에 좀 더 확실하게 동조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에 대해서 뜨악한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것이 더 강해지는 듯 하다. 왜 그럴까.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할만큼 어렸을 때부터 현실적이긴 했지만 사람들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하려고도 하지 않고 하고 싶어도 마음을 접는다. 지금 이 나이에….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나이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나는 누구의 엄마인데 하는 것까지 책임감 못지않은 제재가 따른다.
그래서일까.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를 봐도 그렇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겠고 안타까워도 저들이 끝까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동화적인 결말보다는 현실적인 결말에 더 가깝게 본다. 그러려고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저들이 저렇게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고 하는데 그 기간을 넘기고도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겠는가 하는 그런 마음이다. 어른들이 하는 반대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밥 한 그릇이라도 더 먹은, 나보다 더 산 사람이 하는 반대이기에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이제는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웃집 웬수'의 지영을 지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사랑은 말 그대로 그녀의 마음을 설레고 의지되고 행복하게는 할 수 있지만 그냥 사랑으로 끝났을 때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것이 현실로 부딪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둘이 결론을 내겠다고 한다면 그러면 가족의 관계속으로 그들이 들어가야 하고 그렇다면 장건희 집에서 그녀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장건희 엄마라고 해도 절대 반대하지 않겠나.
아니, 싸매고 누워서 반대하는 것으로도 모자를 것 같이 죽자사자 반대할 것이다. 아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애딸린 이혼녀와 결혼한다는데 어떤 부모가 OK하겠느냔 말이다. 도저히 안될 일이다. 아니, 지영과 장건희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들에게 넘어야 할 산이 너무너무 많다. 그 산을 넘고 넘어서 그들이 평화를 찾고 안정을 찾기까지 그들이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그들은 넘을 수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들이 앞으로 살면서 그들을 바라볼 다른 사람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이겨낼까. 누나와 동생같은 뒤에서의 수근거림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너무 여러가지로 걸리는 문제가 많다. 걸리는 문제를 하나하나 넘고 그들의 주요 관심사인 요리를 끈으로 이어 행복하게 잘 살 수도 있을지 모른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윤지영이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시댁에 충성하면서 정말 잘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잘 살지도 모른다라는 불확실한 얼마 안되는 확률에 기대어 그들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기엔 지영은 현실적이다.
현실적인 지영의 선택과 아파하고 잡고 싶은 장건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들의 사랑을 쉽게 지지하지 못하는 아줌마 시청자는 그저 그들이 안타깝고 아프면서도 어찌되었으면 좋겠다고 결론은 내리지 못하겠다.
가정을 깨지 말고 지키고 살라는 김미숙과 홍요섭의 사랑에도, 괜한 패악이다 싶었던 이해숙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사는데 명쾌한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인간이 만들어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것이 분명 있고 평범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편견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 편견이 남과 다르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그냥 생긴 편견은 아니라도 본다. 죽도록 편견에 매달리지는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것이 좋고, 그래서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쪽이다.
정답이 없는 우리네 삶에 근사값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이웃집 웬수'가 더 공감되고 몰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