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미용실에서 만난 군인, 많이 심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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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미용실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다. 아니, 여자 손님이나 남자 손님이나 거의 반반이라고 할 만큼 남자 손님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뿐인가 똑같이 머리말고 중화하는 이들도 많다. 그냥 커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색을 넣고 파마를 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말이 잘 들리는 곳이 미용실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은 머리를 어떻게 하고 어떤 요구사항을 할까….뿐인가 그들은 미용실에서 머리에 대한 대화만 하지는 않는다.

여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과 개학이라는 시기가 맞물려 어제는 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를 커트하고 있는데 바로 옆 의자에 남자가 앉았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라고 묻는 스타일리스트한테 그는 아주 디테일하게 말했다.
"앞머리는 그냥 놔두시고요, 옆머리를 귀 있는데만 살짝 파고 구렛나루쪽은 그대로 놔두고요, 뒷머리는…"
음식 주문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가 그렇게 앞 , 뒤, 옆머리에 대해서 세세하게 주문하다니...필자도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는 물음엔 '한달전으로 돌려주세요'같은 문장만 사용한 것 같은데 말이다. 필자가 머리를 커트하고 있어 그 남자의 생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상당히 스타일리쉬한 모양이다 싶었다.

MS PowerPoint ClipArt

그런 세세하게 주문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외쪽 옆자리에서 머리를 커트하던 남자는 상당히 심플했다.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짧고 단정하게요."
잠깐 스타일리스트는 그 남자의 머리를 만져보는 듯 했다.
"지금도 충분히 짧으신데요."
"네, 짧게 단정하게 해주세요. 제가 00이에요."
00이라니? 잘 못 들었는데 스타일리스트의 답변에 그 남자의 직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군인이구나. 직업군인이세요?"
"네...그래도 너무 짧게는 자르지 마세요."
"어"
갑자기 당황한 듯한 스타일리스트의 외마디가 들렸다.
"이미 짧게 들어갔는데요.."
아주 잠깐 침묵이 흘렀다.
"네? 자른 머리 안자라겠어요? 할 수 없죠."
남자의 포기도 빨랐지만 군인이라는 말에 바로 커트 들어간 스타일리스트도 빵 터지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필자는 앞뒤머리 똑같은 단발머리를 해보겠다고 작년 이맘때부터 커트머리를 기르기 시작해 이제 겨우 단발머리가 되갔다. 워낙 짧은 커트머리를 기른덕에 기장이 똑같이 되기는 힘들었고 결국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커트했다. 그래도 너무 짧게 자르길 원한 것은 아니었다. 김탁구의 이영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담당 스타일리스트 심하게 가위질을 오래했다. 자르고 또 자르고 보고 또 자르고….그러더니 아주 많이 짧아졌다. 다 자르고 필자한테 물었다.
"기장 맘에 드세요?"

이미 다 잘라놓고 기장이 마음에 드냐니..뭐, 소심한 필자는 맘에 든다고 했음이다. 자른 머리 안자라겠어요? 하는 소심한 군인이나 다 잘라놓을 때까지 뻔히 지켜보고 있었으면서도 제재하지 못했던 필자가 똑같다. 조금 귀찮기는 해도 세세하게 요구사항을 늘어놓던 그 남자가 더 만족도는 크지 않을까 싶다.

말 그대로 자른 머리 안자라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