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결혼 20년차, 그림같은 존재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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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내 남자, 내 여자라는 소유권을 확실히 들어내면서 그렇게 사랑하고 결혼했다. 그렇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내 남자, 내 여자라는 소유권을 주장하기 보다는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그저 언제나 함께 하는 사람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그런 사람으로 여자도 남자란 성별이 모호하게 엄마, 아빠, '여보'라는 호칭으로 그렇게 산다. 그만큼 편해졌다는 것이고 신경 곤두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 안정됐다고 예쁘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슴뛰는 그런 일은 없다는 무미건조함을 뜻하기도 한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지 이제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동거인이라는 개념이 더 맞을 정도다. 그저 한집에 같이 사는 아이의 엄마, 아이의 아빠 이렇게 같이 살아야 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지인 A는 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인지도 모르고 지날 뻔 했다. 근데, 그날 택배가 도착했다. 엄청나게 큰 빼빼로 모양의 인형 쿠션이 딸아이한테로 말이다. 남편이 딸아이한테 선물한 것이다. 동거인한테 뭘 샀다고 얘기조차 하지 않았는데 떡하니 배달이 된 것을 보니 웬지 씁쓸하다 했다.

그러자 지인 B는 그건 낫다고 했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면 동거인의 개념인지 모르겠지만 20년이 넘어가면 동거인의 개념에서 집안에 걸려 있는 그림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런 광고가 있지 않았나. 거금을 투자하고 머리를 했는데 집안 식구들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그래서 그 마음에 000을 바르라는 그런 광고 말이다. 그런 광고가 그냥 의미없이 튀어나온 것이 아닌 듯 하다.

출처 : 네이버

지인 B가 파마를 했다. 근데, 만나지 못해서 통화를 하면서 물었더랬다.
"어때? 파마 잘됐어?"
"뭐, 그 얼굴에 햇살이지~~~"
"형부는 뭐래? 애들은?"
"형부? 애들? 나 참,, 그들은 내가 파마를 했는지도 모른다."
"에이, 설마"
"너 결혼한지 얼마됐지?"
"12년?"
"좀 더 살아봐. 20년이 넘으면 집안에 걸려있는 그림같은 존재가 아내고 엄마야. 언제나 그 자리에 걸려있어야 하는 그림처럼 그렇게 조금 삐뚤어져도 먼지가 좀 쌓여도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존재하는 그런 존재감이다. 그러다가 그림이 어느 날 없어지면 허전하겠지만 그걸로 다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이 웃었다. 애인에서 아내로 그리고 가족으로 동거인으로 이제는 그림같은 존재로 변하다니!

하, 이건 아니지 않나. 평화로움과 안정적인 그런 걸 넘어서 이건 좀 심하다 싶은 정 때문에 산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꼭 이렇게까지 들어 맞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필자에게도 그 시간은 올 것이고 지금은 립서비스에 충실한 남편이 그때는 어떻게 변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싶어 씁쓸했음이다. 싸우지 않고 부부관계가 나쁘지 않아도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면서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