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가장한 선으로 결혼 상대자를 만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인연이라는 말이 달리 있겠는가.
지인의 동생 A는 서른 중반이다. 혼기가 지났다면 지난 나이에 아직도 애인조차 없는 아들 때문에 A의 부모님은 걱정이 많다. 어서 빨리 짝을 지어주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결혼시장에 아들 프로필과 더불어 재산목록까지 전부 공개하면서까지 결혼을 시키겠다고 부모님은 두 팔 걷어 부쳤지만 쉽게 인연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A다.
미모가 되면 매력이 없다던가, 성격이 좋으면 그 외적인 것이 맞지 않는다던가...하는 식으로 이유도 아주 다양해서 선을 가장한 소개팅을 꾸준히 하기는 하지만 매번 어긋나는 인연을 만나고 있다.
그 A가 저번주에 소개팅을 했다.
학벌도 짱이고 집안도 좋고 외모도 되는 그런 여자라고 듣고 자리에 나간 A는 그녀와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학벌도 짱이고 집안도 훌륭한 그 여인의 가장 큰 단점은 모든 것이 너무 느리다는 데 있었다. 말도 느릿느릿한데 센스까지 없어 지루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너무 열심히 말을 하는 바람에 집중해 듣는 것이 고욕일 정도였단다. 스카이라운지에서 꽤 근사한 저녁을 함께 했긴 했지만 그녀의 식사 속도는 지나치게 느렸다. 저녁을 먹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단다. 후식을 먹는 시간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식사를 하는데 걸린 시간만 그랬다.
그렇게 지루한 저녁을 마치고 커피까지 마시고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내에서 만나는 바람에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은 A도 그녀도 함께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게 됐다.
A가 하차할 역이 그녀보다 한 정거장 앞서서 내려야 했다.
"어쩌죠, 제가 먼저 내리네요. 죄송합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러자 그녀는 아주 느릿하게 말을 곱씹는 듯 하더니 이렇게 말하더란다.
"오늘 늦게 잘꺼거든요.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
A는 순간 너무 놀래서 당황하며 급하게 사양했다. 차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무슨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느릿느릿한 말투로 지루함의 끝을 다리던 여인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오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다음 날 중매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자쪽에서 너무 마음에 든다고 어떠냐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외모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성격이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공유할 수 있는 소재가 있고 관심사가 비슷해야 서로 이야기도 통할 것이고 그래야 같이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 아닌가. 결국 외모도 웬만하고 학벌도 짱이고 집안도 훌륭한 그녀와 A는 인연을 만들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 한 3시간이 6시간 같았다는데 아무리 마음이 급한 부모님도 뭐라 채근하지 못했다는….아무리 남자가 마음에 들어도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는 분명 빵터지는 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