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기사님은 버스안에서 마구 떠들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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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5분, 마을버스로는 5~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현대인이 얼마나 걷지 않는가는 아파트에서 지하철역만 순환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에 늘어선 줄만 봐도 알 수 있다. 뭐,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버스 기사님들은 유난히 어르신들과 친하다. 아니 친하다는 표현보다는 어른들은 원래 친하지 않아도 처음 봐도 많은 친분이 있는 척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

아주 가끔 그것도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필자에게 어르신들과 기사님의 과도한 친절은 작은 버스안에서 많이 어색하다.

그날은 버스가 막 정류장에서 출발하고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헉헉 거리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아주머니 한 분이 탔다.
"아이고, 내가 얼마나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왔는데...못 봤어요?"
강하게 사투리까지 섞인 걸걸항한 목소리의 아주머니는 정류장도 아닌 곳에서 승차하고도 아주 당당했다. 근데 그 말은 들은 기사님의 반응이 의외였다.
"옆에서 뛰어오면 안보여서요. 한번 놓치시면 2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죠."
다른 버스의 기사님 같다면 기다려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아주머니의 말에 대꾸는 커녕 화를 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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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엔 필자와 다른 승객까지 세명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기사님 뒷자리에 앉고서 열심히 대화를 이어갔다. 그것도 기사님과 소곤소곤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주머니의 걸걸하고 큰 목소리로 버스안이  점령당했다. 아주머니의 말씀에 기사님은 한말씀도 안잘라먹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수다를 즐겼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승객이 한 둘 늘어나 버스안이 승객으로 거의 찼지만 아주머니와 기사님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기름 얼룩엔 식용유가 제일 좋다는 말도 안되는 대화를 하다가 아, 주방세제라고 했다가 하는 그닥 듣고 싶지 않은 그런 유용하지 않은 대화였는데 버스안의 승객들은 목적지까지 모두 듣고 가야했다.

기사님이 친절하고 승객에게 친근하다면 그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승객이 기사님과 대화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시끄러운, 그것도 듣고 싶지 않은 대화를 들으면서 목적지까지 가야한다는 것은 고무에 가까웠다. 공공장소에서는 휴대전화도 조용조용히 용건만 간단하게 받으라는 것이 에티켓 아닌가.

기다려주고 승객을 배려하는 것까지는 참 훈훈하고 좋았는데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은 그닥 유쾌하지 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