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항문외과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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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한다. 이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가기 민망한 웬만하면 가는 것을 미루고 싶은 병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치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과에 가기 싫은 것은 내 입 속을 의사한테 보이기 싫어서라기 보다는 치료가 주는 공포가 가장 큰 이유이다. 아프면서도 꼭 가야 하지만 가기 싫은 곳은 필자에겐 결혼하고도 가기 싫은 곳이 산부인과다. 남자 의사가 아닌 여자 의사라고 해도 그닥 가고 싶지 않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가는 곳이다.

오랜 만에 지인들과 만나 한참 수다타임을 갖는데 어쩌다 보니 의사란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됐고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다.
"항문외과라는 곳이 따로 있더라? 얼마나 어렵게 공부해서 의대에 갔는데 하루 종일 남 똥꼬만 보고 있자면 짜증날꺼 같어."
누군가 이런 말을 꺼내자 그 말을 듣던 A가 심각하게 말했다.
"내가 그 항문외과를 다녀 온 사람이라구. 얼마나 민망하던지…."

치질이었냐는 지인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A는 자신이 왜 항문외과에 다녀와야 했는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A는 첫 아이를 낳고 7개월 쯤 되었을 때부터 항문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얼마나 가려운지 가렵지 않아 본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는 A는 많은 날은 고생했다. 밤이면 더더욱 심해지는 가려움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는데 부위가 부위니 만큼 긁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약을 바를 수도 없는 부위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병원을 가야 하나...가면 어느 과로 가야 하나 싶었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가까운데 봤던 항문외과가 생각이 나더란다. 그 병원에 가면 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민망한 부위라 병원에 가기가 망설여지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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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산부인과에서 아이도 낳았는데 가려워 죽는 것 보다는 낫겠다 싶어 항문외과를 찾았다.
민망한 자세로 항문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진찰을 끝내고 의사와 마주 앉았고 절망적인 말을 들었다.
"아이를 낳고 가끔 이렇게 항문에 가려움증이 생기시는 분들이 있으세요. 하지만, 특별히 약도 없고 완전히 낫지도 않습니다. 그냥 가려움증이 심해지면 병원에 오셔서 약 처방 받아 드시고 연고를 바르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럼 또 이렇게 가려울 수 있다고요?"
약이 듣지 않을 수도 있고 그저 가려움증을 조금 완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의사의 말에  A는 많이 황당해 했음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A는 항문외과에서 처방한 약이 들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더 이상 항문 가려움증은 재발하지 않았다.


알레르기 비염처럼 절대 낫지 않는 병들이 우리 몸에는 많은 모양이다. 웃으며 시작한 항문외과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흘렀지만 민망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그래도 병원을 급하게 찾기는 결코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