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22주년 결혼기념일, 감동스러웠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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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지인 A는 결혼 22년 차다. 그 동안 결혼기념일은 21번 있었고 아이 둘을 낳고 살았다. 그 동안 살면서 싸우기도 싸웠고 아이들 때문에 울고 웃으며 행복했던 일도 있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집을 늘려가면서 살아온 그녀지만 이벤트는 전혀 없는 삶을 살았다.

티비가 사람을 버려놓는다고 해야 할까. 어쩜 그렇게 티비에는 이벤트가 넘치는지 프로포즈도 쉽사리 할 수 없을 것 같고 그 정도의 프로포즈를 받지 못하고 결혼을 하면 뭔가 억울할 것 같은 그런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이벤트 속에 결혼한 남녀가 부부로 사는 삶은 결코 이벤트스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번 돌아오는 결혼기념일엔 뭔가 뜻 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두 티비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차 트렁크에서 풍선이 나르고 플랫카드에 000야 사랑해, 결혼해줘~라든가, 장미꽃 한 다발을 안겨서 결혼기념이을 축하하는 이들이 이 땅에 얼마나 될까. 결혼 12년차인 필자도 10년쯤 지나니 결혼 기념일을 기점으로 여행을 가야한다거나, 뭔가 맛난 것을 먹으러 가야한다거나 하는 마음도 식었다. 그것도 다 열정이 있고 의욕이 넘칠 때 가능 한 것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말 그대로 주부로, 아이의 엄마로 그렇게 평이한 시간에 익숙해졌다.

12년차인 필자가 이런데 A는 22년차이니 오죽할까.
필자가 알기로도 A는 특별하게 결혼기념일을 챙긴 걸 본 적이 없다. 그저 언제나와 똑같은 날 중에서 오늘이 결혼한 날이구나...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MS PowerPoint ClipArt


그런데, 뜻밖의 감동스런 결혼기념일을 보냈다고 A는 필자에게 전했다.
A의 남편은 참으로 무심한 듯 하면서 한결같은 남자다. 특별히 자상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무뚝뚝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이벤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남자다. A가 아무리 김치를 맛있게 해도 반찬을 맛있게 해도 가장 훌륭한 찬사가 '괜찮네'다.
립서비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한결같은 남편과 22년을 살아온 A도 그래서 가장 맛있다는 감탄사가 괜찮아로 인식할 정도로 세뇌 아닌 세뇌가 됐다.

그런데, 이번 결혼기념일엔 그 남편이 감동의 시간을 만들었다.
아들은 학교에, 딸은 학원에 간 저녁시간 A의 남편은 퇴근하면서 케잌을 하나 사들고 들어왔다. 아이들도 없는데 무슨 케잌에 불을 붙이냐고 만류하는 A의 의견을 상관하지 않고 22개의 초를 꼽고 호~하고 끄기까지 했다.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았던 남편이 그랬다.
"나랑 결혼해서 고생 많았어. 고마워...앞으로도 우리 잘 살자."
오글거리는 남편의 말에 A의 감동은 넘쳤음이다.
"자기도 우리 가족을 위해 고생 많아."


확실히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 그렇게 남편의 말 한마디에 22년의 결혼 생활을 보상받은 듯 감동이었다는 A의 말에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진심만 있다면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만 있으면 이 세상의 부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이들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