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이 아니어도 전문병원, 입소문이 난 큰 병원엔 환자가 많다. 멀쩡한 사람보다 아픈 사람이 더 많은 듯도 하고 병원에서 대기 하다보면 내가 아파지는 듯 그렇기도 하다.
대학병원이 아니어도 전문병원, 좀 크다 싶은 병원에선 병을 치료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으로 배려 받기 보다는 그저 환자, 병을 가지고 있는 그런 존재로 밖에 인식이 되는 것 같아 개인병원보다 더 많은 병원비를 지불하고 시간은 더 많이 낭비하면서도 씁쓸하다. 그렇다고 VIP도 아니니 어쩌겠나 싶기도 하지만, 수많은 환자중의 한 사람일 뿐인 환자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쉽다.
지인 A는 자궁 내벽이 두꺼워졌다는 진단을 동네 산부인과에서 받았고 의뢰서를 써준 큰 병원으로 가게 됐다.
의사는 동네병원의 의뢰서를 받아 보고 내진을 아주 짧은 시간 하고 초음파를 휭~하니 보더니
'낼 소파수술하죠. 수술하면서 조직검사하구요'
원인이 뭔지, 문제가 뭔지 그냥 자궁내벽이 두꺼우니 긁어내는 소파수술을 하자는 것이 다였다. 그리고 다음 날 수술을 했다.
수술 대기실은 좁았고 전광판엔 수술 시작, 수술 종료, 회복중이라는 항목이 있었고 대기실의 여자들은 호명이 됨과 동시에 갱의실로 들어갔고 몇 분 간격으로 수술시작에 불이 들어왔다. 도대체 수술실에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있길래 이렇게 공장에서 과자 포장하는 것도 아니고 순차적으로 수술시작, 종료, 회복중으로 불빛이 옮겨가는 것일까...했다.
A와 함께 다른 2명의 여성도 함께 호명이 되었고 갱의실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들어간 세 명이 순차적으로 수술시작에서 회복중으로 보여졌다.
나중에 수술을 마친 A의 말이 더 놀라웠다.
갱의실에 들어가 옷을 벗고 가운을 입고 바로 침대로 갔고 순서대로 누워서 순서대로 수술실로 들어갔고 일어나 보니 회복실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환자가 많고 하루에 수술해야 할 환자가 많아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뭔 공장의 부품이 된 듯한 그런 기분이 수술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보호자나 수술실에 들어간 환자나 똑같이 느끼는 것은 좀 씁쓸했다.
의사 한 사람에 넘쳐나는 환자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도 하지만 그래도 씁쓸한 건 씁쓸한거다.
수술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를 하게 될지에 대해 의사와 상담했지만 1시간을 기다려 30초 정도, 그것도 찬찬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진료실을 나와야 했다. 병명도 귀를 쫑긋하지 않았으면 놓칠 뻔 했다.
동네병원에 가서 찬찬히 물어 보고 싶다는 A는 인터넷 검색으로 궁금증을 풀었다. 아무리 전문 병원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친절한 상담을 해주는 그런 의사는 꼭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