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에 백마탄 왕자와 신데렐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픈 사랑도 있고 예쁜 사랑도 있고 바라만 봐도 흐믓한 그런 사랑도 있다. 하지만, 동현(정려원)과 남순(권상우)의 사랑이야기 '통증'은 말 그대로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 한구석이 저릿저릿한 재미다.
가족을 잃은 슬픔, 자책감 때문에 온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남자 남순, 엄마 아빠의 병원비로 자신 한 몸 누울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까치발로 살아야 한다는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여자 동현이 있다.
하루하루 자신을 학대하듯 살아가는 남순, 그리고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사는 동현 그들이 만났다. 물론, 자해 공갈단으로 돈을 받아내기 위한 남순과 3년 동안 한 달에 18만원씩 상환하겠다는 동현의 만남이 처음부터 애틋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돈을 받으려는 자와 돈을 갚아야 하는 자가 애틋한 만남이 될 수 있겠는가. 거기다 남자는 모든 감각을 상실한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여자는 반대로 조금의 상처에도 취약한 혈우병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루어 지기엔 해피한 결말이 보이지 않는 만남이었다.
욕으로 시작한 자해 공갈단 남순(권상우)과 피를 맑게 하는 음식을 몽땅 피해 먹는 말라깽이 동현(정려원)의 어설픈 동거가 시작되고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알아가고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해하며 상처 많은 둘은 '사랑한다'는 흔한 말 한번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아끼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그들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당연했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엔딩은 많이 짠하고 많이 아프긴 하다. 예상은 했지만...하는 그런 결말이랄까.
시놉시스라는 것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분명 한 몫을 차지하는 것은 맞는데 확실히 영화는 봐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말은 아니란 걸 증명하듯 영화를 보면 시놉시스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통해 더 많은 공감과 몰입으로 감정이입이 된다. 많은 이들이 선택하지 않은 영화라고 해도 분명 보석같은 영화도 있고 많은 이들이 선택한 영화라고 해도 그닥 감동받지 못하는 영화도 있기 마련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남자, 여자가 영화의 핵심인데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래서 '통증'이란 영화가 더 짠하고 아프다.
권상우의 연기가 참~ 좋다. 가족을 잃은, 그것도 자신 때문에 그랬다는 자책감 때문에 자신을 학대하며 웃음을 잃은 그는 하루하루 말 그대로 그냥 산다. 음식의 맛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리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고, 다쳐도 아픈 것을 모르는 누나의 이름 남순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남자로 빙의된 듯 권상우는 짧은 스포츠 머리에 포커페이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는 그 어떤 의욕도 그 어떤 희망도 없는 남자 남순이었다. 혀가 짧다는 많은 대중의 의견을 반영한 듯 영화에서 그는 혀를 내밀어 자신이 혀가 짧지 않다는 걸 보여주며 깨알같은 웃음을 주기도 했다.
정려원의 연기도 좋다. 그녀 특유의 밝고 맑음을 제대로 표현하며 상처 많고 희망이라곤 없어야 할 것 같은 동현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하는 구절이 생각나는 정려원표 동현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희망이 그녀의 웃음이 그녀의 맑음이 조금씩 남순을 변화시키고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억지라는 느낌보다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 더 몰입하고 그들의 사랑에 더 아파하게 됐다.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인데 영화를 보면 다르다. 상처가 많은 남녀의 통증이 느껴지는 아픈 사랑이야기에 여운이 많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