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영재가 아니라 길러지는 영재, 만들어지는 영재가 많다. 아니, 매스컴에서도 그랬지만 현실에서도 아주 쉽게 인정할 수 없는 그런 영재가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뛰어난 능력이 있는 아이를 우리는 영재라고 부르는 것 아닌가.
사전적 의미도 영재란 아주 두드러지게 뛰어난 사람이다. 물론, 필자도 딸아이가 영재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뛰어난 아이를 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자랑스럽고 흐믓하고 행복하겠나..하지만, 그렇게 두드러지게 뛰어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주위에 많을까…
고슴도치가 새끼 고슴도치한테 '어쩜 피부가 이렇게 곱니'라고 한다지만 자식의 능력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얼마 전 학교에서 '영재신청서'라는 걸 가져왔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으면 신청을 하고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의 허가가 떨어지면 어디로 간다나..그래서 인정을 받으면 영재 교육원을 본인이 알아보고 영재교육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뭐, 학교에서 영재라고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우리 아이가 잘하는 것 아닌가 싶어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신청서를 담임선생님이 검토하고 교장선생님이 검토해서 '인증'이라고만 하면 영재 교육원에 등록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생기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신청했고 많은 아이들이 영재심사에서 불합격했다. 그 중 A도 있었다.
A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아이다. 특별하게 그렇다고 성적이 아주 우수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수학을 유난히 잘하거나 과학을 유난히 잘하거나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못하는 것 없이 학업을 따라가는 정도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는 보통 엄마가 아니다. 없는 영재를 만들어 냈다. 수학, 과학, 언어 영재는 들어 봤지만 들어보지 못한 인문사회 영재로 담임선생님께 싸인을 받아냈고 최종적으로 교장선생님의 싸인으로 영재가 됐다. 영재 신청서에도 없던 인문사회 부분 영재라니...그런 것도 있나.
어찌되었건 A엄마는 그렇게 억지로 영재로 인정을 받았고 영재 교육원에 다니고 있다. 그것 뿐이 아니다. 국제 중학교에 보내겠다고 여름방학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인선생님을 붙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어공부를 했다. 영어공부도 공부지만 몇 백이나 하는 과외비도 만만치 않은 금액아닌가. 그 모든 노력이 국제중학교에 가기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어떤 선생님은 이제 국제중학교에 스펙이 필요없다고 말씀도 하시는 것 같던데 어찌되었건 A엄마의 노력은 그 뿐이 아니다. 잘가르친다고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문난 한 달에 80만원이라는 수학선생님한테 대기도 걸어놓은 상태다.
아이가 엄마가 하라는 데로 군소리 없이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영재가 아닌데 영재로 키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대단하고 멋지다라기 보다는 꼭 저렇게까지 해서 영재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싶기도 하고 엄마의 노력으로 영재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의심스럽다.
그러면서 저런 고액 과외를 초등학교부터 시켜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딸아이를 위해 필자는 너무 아무런 노력도 정보도 얻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초조하기도 하다.
공부에 왕도가 없고 아무리 엄마가 정보력이 좋아도 노력을 해도 아이가 따라와주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싶다고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지만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