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볍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난폭한 로매스'를 말함이다.
까칠하지만 자신의 일, 야구에는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고 재능을 갖고 있고 손바닥이 엉망이 되도록 노력하는 야구 선수 박무열(이동욱)과 유도 선수 출신의 열혈 안티팬 유은재(이시영)과의 티격태격한 가운데 싹트는 사랑이야기라고 그냥 가볍게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현실적인 공감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고 그저 그들의 로맨틱 코미디를 즐기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짠하지도, 그렇다고 공감이 되지도 그렇다고 그닥 매력적이지도 않은 너무 흔한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1회를 본방 시청했다는 크나큰 이유를 가지고 의리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열심히 본방 사수하는 얼마 안되는 시청자중의 하나가 필자다.
아직 '여인의 향기'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고 강지욱 본부장의 깔끔하고 섬세한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는 필자같은 시청자에게 너무 심하게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그래서 연말 시상식에서조차 그가 너무 낯설어 '여인의 향기'를 추억하며 이연재 김선아와 함께 하는 시간에 오직 강지욱으로 보이기만 바랬지만, 그는 이미 그때 '난폭한 로맨스' 촬영 중이었고 박무열이란 캐릭터로 수염까지 기른 털털한 모습이었다. 깔끔하고 세련되고 섬세한 강지욱이란 이미지보다는 야구선수 박무열이란 이미지에 가까웠다. 그래서 섭섭했다. 너무 심하게 몰입해서 봤던 드라마여서 그랬을까...이동욱이란 배우를 좀 더 시간을 두고 '여인의 향기'에 여운이 사라졌을 때쯤 다른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보기를 바랬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욕심이라고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연말 시상식에서 그가 강지욱이 아닌 박무열의 이미지로 참석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어찌되었건 그는 박무열이란 이미지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해 변신을 시도했고 그는 지금 강지욱이 아닌 박무열로 이미지를 완벽하게 바꾸었음에도 시청률은 그닥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저조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본방 사수하는 시청자중의 한 사람이 필자다.
4회를 방송하고 이제야 본 궤도에 돌입한 듯 그들의 존재감을 인식했고 그러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그냥 맹하니 웃기겠다고 힘쓰는 드라마가 아니라 뭔가 말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고 보여줬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다. 유은재의 진동수 부부에 대한 오해도 풀렸고 이제 본격적으로 누가 박무열을 노리는지 우리는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냥 웃긴 이야기에서 그냥 지나치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던 진동수(오만석)에 대한 이야기로 짠하게 만들었다. 야구를 한다고, 축구를 한다고...모두가 매스컴에 이름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 아니,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지인 중에 야구를 한 이도 있고, 축구를 한 이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축구도 야구도 아닌 길을 가고 있다. 문제는 야구를 하느라, 축구를 하느라 그들의 머리속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는 운동을 해도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고 표면적으로 말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운동 밖에는 없다. 그래서 그들에겐 사회가 더 냉정하고 더 막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운동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그 길을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프로에 입단에서 괜찮은 성적으로 잘 버텼다고 해도 그 기간은 무한적이지 않다. 분명 전성기가 있고 내리막길로 접어든 선수에게 구단은 절대 호의적이지 않으며 냉정하다. 그것은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 진동수(오만석)가 있다. 이제는 계약자 명단에도 없는 선수가 됐고 그는 야구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지만 25년이란 시간 동안 야구를 사랑했던 그가 한 순간에 야구를 놓아 버리긴 쉽지 않은 것 아닌가.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는데 그는 아직도 야구를 사랑하고 원하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짠한 현실이다.
'난폭한 로맨스'는 열혈 안티팬에 대한 이야기에 로맨스가 어떻게 섞이긴 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있다면 이제 뒤로 밀려난 선수가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집중하면 꽤 괜찮다고 느낄 수 있을 텐데 저조한 시청률은 못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