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 YES라고 할 수 있는 용기, 남들이 옳다고 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우리는 광고에서 봤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광고일 뿐 현실에선 남들이 옳다고 할 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그런 척 넘어가야 하고 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도 아닌 척 묻어가야 한다. 그래야 왕따를 당하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이 사회생활 잘하는 것에 들어간다. 개성은 말 그대로 개같은 성격으로 분리되고 묻어갈 수 있는 그런 어울림이 강한 인간형이 인간관계에서 뛰어난 인맥을 갖게 되는 듯 하다.
'부러진 화살'은 그런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그런지 더더욱 몰입이 됐고 그 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김경호(안성기) 교수를 응원하고 슬퍼했고 답답했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렇다.
김경호 교수는 동료 교수가 출제한 수학 문제가 잘못되었다고 시인해야 한다고 했고 학교는 그러면 학교 체면이 뭐가 되냐며 덮자고 했다. 결국 소신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 김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됐고 교수지위 확인 소송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방적인 판결로 패소했다. 그에 격분한 김교수가 자신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판사를 찾아가 석궁을 쏘았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꼴통 김경호 교수의 응원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충 어느 정도, 적당히라는 단어를 들어 묻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동료 교수의 잘못을 꼭 그렇게 만천하에 공개하고 진실을 파헤쳐야 했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논점은 그것이 주요한 것이 아니었다.
부부싸움을 해도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것처럼 김교수가 잘못되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남들이 그렇다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생기는 또 다른 피해자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남들과 함께 하기 위해 주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묻어 간다. 그것에 대한 죄책감도 딱히 느끼지 않고서 말이다. 하지만, 김교수의 주장대로 잘못 출제된 문제 때문에 피해볼 것은 분명 학생이고 그 학생들의 피해를 무시하고 교수들의 잘못을 그냥 덮고 가자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 김교수의 행동은 왕따를 자처한 것이었고 그래서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이다.
여기까지도 너무 곧으면 부러지게 되어 있는데 대충 어울리면서 살지...하고 생각했더랬다. 거기다 패소 판결을 내린 판사를 찾아가 석궁을 쏜 것은 분명 잘못된, 지금까지 김교수가 보여줬던 보수적이며 곧은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다른 사람과 같은 욱함을 참지 못해 혼자서 아닌 척 곧은 척 한 것인가 하고도 생각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을까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진실찾기에 동참하면서 그와 함께 재판을 지켜보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쏘지 않은 것을 쏘았다고 말하고 증거가 증거로 채택이 되지 않고 10살짜리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렇다고 우기고 하는 말도 안되는 재판이 아닌 개판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만 억울함을 당하고 사는 것은 아니라고, 거대한 사법부에 맞서는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는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원리원칙 주의자라고 해도 꼴통이라고 해도 거대한 힘에 맞선 그는 나약하고 억울한 한 사람에 불과했다. 결국은 그들의 재판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결과가 뒤바뀌지 않았고 그는 4년 옥고를 치르고 2011년 1월 24일 출소했을 뿐이다.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언론에서, 영화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광분하고 진실을 찾고자 하지만 거만한 사법부는 마이동풍이다.
국민배우 안성기의 호연으로 김경호 교수에 대한 몰입 뿐 아니라 공감대도 훌륭했다. 왜 저래야 하는지 그는 우리에게 절대 서둘지 않았고 그가 아무리 꼬장꼬장 잘난 원리원칙주의자라고 해도 힘 앞에 어쩔 수 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힘없는 인간이라는 것, 그럼에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빠라는 평범한 사실에 우리는 그와 함께 하고 그를 응원하고 같이 아파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를 변호하는 박준 변호사(박원상), 조용히 그를 응원하는 아내 김경호 부인(나영희), 아주 짧게 등장하지만 남편을 지지하는 멋진 박준의 아내까지 훌륭했다.
거기다 우리 편(?)은 아니지만 문성근은 물을 끼얹고 싶을 만큼 너무너무 밉다. 그렇게 오랜 시간, 존재감이 큰 배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리원칙 주의자도 그렇다고 보수주의자도 아니다. 자기 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해 철갑을 두른 듯 그렇게 자신을 지키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증거를 무시하고 판사라는 자리를 악용하는 나쁜 신재열 판사로 그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극한의 미움을 받는 캐릭터로 분했다. 잠깐 출연에 이렇게 큰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니..대단한 배우임에는 분명했고 우리는 대단한 배우 문성근은 다시 한번 인식했음이다.
김경호(안성기)의 원리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꼴통 발언은 영화에 대단한 매력요소다. 그의 원리원칙에 웃고 그의 원리원칙에 통쾌했다. 김경호 석궁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지루한 이야기일 것 같았던 '부러진 화살' 은 아주 볼만하고 재밌는 영화고 김경호교수보다 더 힘없고 원리원칙도 없는 우리는 이 영화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