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를 보면서 황당했다. 아니, 어이없었다.
[뉴스 : 새로운 소식을 전하여 주는 방송 프로그램 ]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알면서도 저렇게 뉴스를 하는 것일까?
반갑게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뉴스를 전한다.
경기가 살아나면 내 경제사정도 자연히 나아지리라는 어떤 기대 심리를 가지고 열심히 뉴스에 집중한다.
올 추석연휴에 현대,신세계, 롯데 백화점의 매출이 평균 20%정도가 늘었다는 등, 재래시장의 매출도 10%정도 늘어 따뜻한 연휴였다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단다. 그러더니 뉴스 말미에서는 명절을 맞아 잠깐 반짝 경기였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 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할 것 같다면서 뉴스를 끝낸다.
뭐야? 지금 장난하나? 그래서 경기가 살아 나고 있다는 듯이 쭉~ 읊조리며 인터뷰화면까지 내보내다 끝머리에서는 그렇지 않을지도….하며 말을 흐리는 뉴스를 보며 나는 새소식을 얻을 수 있을까? 도통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채 끝낸다.
정치인들도 별반 틀리지 않다.
이도 저도 아닌 묘한 태도를 보이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고 대화한다.
대통형후보들의 토론을 보고 있자면 황당하다 못해 허탈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동문서답"식 질문에 대답을 한다. 개그가 따로 없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치료에 대해 확신을 주지 않는다.
맹장수술을 하기 전에 맞는 항생제 주사를 놓으면서도 백만명중의 한명은 사망한다는 동의서에 싸인하게 한다. 내가 백반명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싸인하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결론은? 사망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진단을 해도 확정지어 말하지 않는다. "맹장이 유력하다"는 아주 묘한 단어를 선택해 설명해 보호자로 하여금 불안하게 한다.
가뜩이다 병원의 소독약냄새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아픈 사람밖에 없는 응급실내 풍경에 기가 눌려있는데 거기에서 '수술하면 괜찮습니다'라는 말 대신에 백만명의 일은 죽는다는 등, 맹장이 유력하다는 등의 확실하지 못한, 책임질 수 없다는 식의 말을 듣고 있자면 참~많이 답답하다.
이 사회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똘똘 뭉쳐 단합이라도 한 것일까?
너무 삐딱한, 빡빡한 시선일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의,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그런 뉴스를, 그런 불확실한 말로 유권자를, 그런 확신 없는 말로 보호자를 답답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나보다 힘있는 사람들 아닌가.
힘있는 사람들이라면 나같은 평범한 시청자, 유권자중의 한 사람, 언제라도 병원에 갈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책임감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