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유난히 필통에 집착한다.
필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트에 가면 문구코너에 새로운 필통이 나왔는지 꼭 한번은 둘러봐야 하고, 동네 문방구라도 지나칠까하면 문방구에 들려 새로운 필통을 보고 싶어한다.
물론, 엄마인 나의 재제에 구경하지 못하고 아쉬워할 때가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학교 문방구 사장님은 마음이 넓거나 아이를 좋아하거나 해야 할 것 같다.
학교앞 문방구에는 500원안에서 해결되는 자신들만의 장난감이 많다. 엄마눈에는 하나 쓰잘데기 없는 물건 같은 스티커,딱지,뭐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반짝거리는 여러가지 모양들…
그런 것들을 하나씩 들추고 "얼마에요?" 물어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걸 엄마인 내가 지켜봐도 귀찮을 듯 싶은데 문방구 사장님들은 대개 많이 겪어 본 상황인 듯 전혀 게의치 않는다.감사하게도..
초등학교를 아직 1년도 채 다니지 않은 딸아이의 필통은 무려 6개 넘는다. 자크가 달려 있는 연필심이 부러질 수 있는 필통은 학습지 선생님으로부터,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이다. 그래서 색상도 그렇고 모양도 딸아이의 눈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지우개를 모아 놓는 파우치 정도로 밖에 쓰이질 않는다. 아이가 원하는 필통은 분홍색(난 참, 불만이다. 대체적으로 필통의 색상은 분홍아니면 파랑이다.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필통을 꼭 가져야 할까? 왜 색상을 다양하게 만들지 못할까…) 일색이다.
보드판이 달려 있는 필통도, 자가 여러 개 들어 있는 필통도, 게임을 할 수 있는 필통도, 아주 단순하게 연필을 넣은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된 자석 필통도 있다. 단순한 필통의 가격이 보통 3~4000원이고 보드판이 있다 싶으면 5~7000원이고, 게임이 들었다 싶으면 9000원정도다.
마트에 가서 필통을 사면 그래도 정가 7000원짜리 필통도 4990원에 살 수 있다. 하지만, 동네 문방구에 있는 것처럼 딸아이의 맘에 쏙 드는 필통은 그닥 없다. 딸아이 맘에 드는 필통을 사려면 정가를 주고 사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눠준 준비물 항목이 적혀 있는 용지에는 필통안에 넣고 다녀야 할 목록까지 있었다. 연필3자루, 빨강 색연필, 컴퓨터용 지우개, 네임펜, 15cm자-
그것만 넣고 다녀야 하는 줄 알았다. 딸아이도 연필이 한자루라도 더 들어가면 안되는 것처럼 엄마와 딸이 꼬박꼬박 필통에 들어가야 할 목록을 점검했다. 연필 3자루, 지우개...하면서.
근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면서 아이는 연필을 4,5자루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지우개도 컴퓨터용 지우개가 아닌 캐릭터 지우개 같은 것도 넣고 다닌다.
처음에는 필통도 게임없는, 단순한 필통을 준비했다. 한달, 두달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게임있는 필통에 보드판이 들어있는 필통을 한둘씩 선생님의 눈을 피해 가지고 오더니 급기야 딸아이도 필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떼씀에 몇주를 버티다 결국은 사줬다. 보드판이 가운데 들어 있는 쬐그만 보드펜이랑 지우개까지 들어 있는,향기까지 나는 묵직한 필통을 말이다. 근데, 도대체 어찌나 허술하게 만들었는지 필통은 일주일도 안되서 보드판이 덜렁덜렁하다. 그래도 모른척했는데 보드판이 댕그랑 부러졌다.
그래서 이번엔 보드판이 없는 옆에 연필깎이가 들어가 있는,나름 단순한 필통으로 샀다. 그 필통은 사오자마자 연필깎기가 있는 부분이 헐거워 연필깎이가 도망가버리겠는거다. 필통은 비닐에 쌓여있거나 단단하게 포장이 되어 있어 열어보고 살 수가 없다. 열어 봤다면 그렇게 연필깎기가 헐거운 걸 발견했다면 절대로 사지 않았을텐데 포장을 뜯어 보면 꼭 이렇게 문제가 있다. 연필깎이는 필요없지만 필통의 한부분이 없어지면 이빠진 것 같이 보기 안좋을 듯 해서 테이프로 붙이고 다녔다. 결국은 연필깎기의 칼날이 떨어지더니 연필깎이가 망가졌다. 거기다 책상에서 떨어진 필통의 옆구리가 깨지는 바람에 그 필통도 운명을 다했다.
이쯤에서 다시 규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담임선생님 말씀이 있었다. 앞으로 보드판, 게임있는 필통은 가지고 다니지 말랬다는...그래서 또 샀다. 이번엔 단순한 자석필통이지만 앞뒤로 문이 열릴 뿐 아니라 지우개 넣는 곳까지 따로 문이 달려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필통이다. 그런데 사온 지 며칠 뒤 지우개 문이 똑 떨어져 나갔다.
7000원이면 그렇게 작은 돈이 아닌데, 떨어지고, 깨지고, 망가지고... 잘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도 많던데 어찌나 부실한지 한달을 넘기는 필통이 없다.
가격에 비해서 너무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내가 딸아이한테 사줄 필통의 개수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스멀스멀 짜증이 밀려온다.
락앤락 통같이 깨지지 않는 그런 플라스틱으로 튼튼하면서도 실용적인 그런 필통이 있었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