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아이를 키운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내가 엄마가 되면 아이한테 입혀 보고 싶었던 옷들을 아이를 마루타(?) 삼아 열심히 입혔다. 어떨대는 회색과 검정색의 모노톤으로 어떤 때는 원색의 화려함으로 아이를 치장했으나 참으로 맘처럼 안되는 것이 아이한테 옷 입히는 것조차도 맘처럼 안된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얼마 안되서 알았다. 아이의 골격, 아이의 피부색에 따라 내가 입히고 싶은 옷이 한정이 되고, 아이의 성향이 아무리 어려도 엄마인 내가 권하는 옷을 싫다고 하면 그만큼 입힐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니 어쩔 수 없다.
딸아이는 골격이 좋은 편이다. 아이가 골격이 좋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딸아이는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며옷이 짧아지면 보는 사람들마다 인사가 아이가 많이 말랐다고 한다.
그 정도로 아이의 골격에 옷을 겹겹이 입는 겨울과 여름이 확연하게 다른 것이다.
가날가날한 뼈대를 가지고 있어야 아이도 옷입은 간지가 확실히 이쁘긴 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바꿀 수도 없는 것이니 이 아이한테 최대한 어울릴 옷을 코디하는데 어린시절했던 인형놀이, 인형 옷입기 놀이가 그냥 하는 놀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가 예쁘게 차려입은 것처럼 아이를 예쁘게 꾸며 내보내는 것도 대리만족이 된다.
아이라고 매번 패딩만 입을 수는 없으니 겨울 코트를 하나 장만 하러 백화점에 나갔다. 눈을 끄는 제품을 내가 좋아하는 매대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솔직히 매대에 있는 제품들의 가격도 내가 입고 있는 코트보다도 훨씬 비싸다.
뭐, 아이옷이 비싼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넘어간다고 해도, 아무리 매대에 제품이라도 내 맘에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없다.
정상 매장의 코트들을 살짝 둘러봤는데….알파카가 포함된 아주 럭셔리한(이 코트를 아이한테 입히면 귀소녀가 될 것 같은..) 코트가,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코발트 색이 있는 데 가격이 세일해서 240000원돈이란다. 허걱~~^^;;
일단 스킵이 아니라 세일폭이 70%가 되지 않는 한 어렵겠다며 포기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쿠폰북이 왔다. 보통 쿠폰북을 외우듯 꼼꼼히 살펴보는 나는 아이의 코트를 하나 찜했다. 올 신상품이고, 정상매장에서 쿠폰을 적용해서 구매하면 5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니 입으면 딱 학생같은 귀엽고 예쁜 코트다. 이원상품도 아니고, 신상품을 50%할인해서 살 수 있다니 쿠폰 적용 첫날 백화점 개점 시간에 맞춰 명동까지 나가 50%할인 가격으로 쿠폰을 내고 구매했다. 그런데, 매장 직원이 황당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옷에 표시를 해도 될까요?" "
"왜요?"
"다른 매장에서는 쿠폰할인을 하지 않는 제품이라서 표시를 해야 되서요"
"다른 매장가서 바꿀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 입힐 꺼니깐 그냥 놔두세요."
하며 실랑이 끝에 그냥 가져 왔다.
상표를 반 자른다던가, 매직으로 쿡 찍는다든가 하는 것이 물론, 옷은 뒤집어 보지 않는 다음에야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아이 옷을 꽤 사입혔던 과거가 있는 나로서는 용납하기 싫었다.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면 고급 브랜드의 옷을 카피해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오며 정스탁이니, 로스분이니 하면서 정상품인 것처럼 들여와 세관통과하면서 상표를 잘랐다고 말한다. 짐*리, 셜리**, 오시**같은 옷들은 지금도 인터넷상을 뒤져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카피브랜드다. 그런 브랜드의 라벨이 완벽하게 잘린 것도 있고, 반쯤 잘린 것도 있는 그런 옷을 입히는 건 뭔지 찜찜하다.
그럴봐에는 보세옷을 입히는 것이 낫다.
어찌되었던 그 어떤 표식도 하지 않은 정상품 코트를 아이한테 입혀 보내는 그 뿌듯함이란...엄마가 아니면 아무도 이해 못할 것이다.
쿠폰북을 이용하면 다른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 확실히 저렴하게는 살 수 있다. 하지만, 명동의 롯* 백화점처럼 옷에다 표시를 해야한다는 백화점은 없었다.
그럴꺼면 쿠폰북에 미리 쬐끄맣게라도 주의사항을 입력해 놔야 하지 않았을까?
뭐, 나야 표시도 안하고 정상품을 특별하게 할인 받아 사긴 했지만, 그래도 황당하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