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이란 배우는 목소리 자체의 뉘앙스가 상당히 남자를 지배하는 듯한 그런 톤에 뭐랄까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섹시함이 있다. 근데, '쿠쿠하세요~!'라며 귀엽게 방긋 웃던 그녀 손예진이 팜므파탈에 도전이라니..거기다 손예진의 사진이 심상치 않다. 거의 상체를 들어낸 원피스 차림에 도발적인 화장까지!
천적인 형사까지 유혹하고 돈 앞에서는 한 발도 양보하지 않는 '백장미'는 손예진에게 가장 과감한 도전. "관객의 기대치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면 외면할 것 같아 고민했다"지만 결국 변신을 택했다.
는 기사를 접했다.
그래서 봤다. '무방비도시'
칼날같은 카리스마, 천부적인 형사 '조대영'_김명민
얼음같은 팜므파탈, 소매치기 조직 리더 '백장미'_손예진
전설적인 소매치기 고수 강만옥_김해숙
국내 최고의 소매치기 전문가_손병호
"절대 믿지마라.. 그들은 숨소리마져도 거짓말이다!"
팜플렛에 적힌 문구들이 화려하다. 그만큼 대단하고 재미있고 동적인 영화를 기대했다.
리얼소매치기 범죄액션이라는 이 영화에는 칼날같은 카리스마의 조대영은 대단히 큰 유혹을 하지 않았음에도 백장미한테 넘어가 '남자들이란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말로 바로 구겨졌고, 소매치기 전문 형사 오연수는 제보전화 한통이면 바로 출동한다.
소매치기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구역설정이 되어 그 세계에서도 구역을 차지하고자 자리싸움이 심하다. 그 자리싸움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밀고하며 오늘의 친구를 내일의 적으로 만드는 피터지게 경쟁한다.
그 자리싸움의 밀고를 정확한 제보로 받아들여 다른 소매치기들은 잡는다. 전문 소매치기 형사는 없고 요부 소매치기(백장미)범의 제보로 딴 소매치기들은 잡는다.
수사는 하는데 결국 제보로 잡는다. 하긴, 구역을 나눠서 소매치기를 하는 중이었으니 어떤 소매치기를 넣어도 상관은 없다 싶지만 그들은 소매치기한테 놀아나는 꼭두각시 같은 형사를 연기한다. 소매치기 전문 형사라며??
손예진이 분한 백장미란 여인을 제대로만 표현했다면 그랬다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재미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팜프파탈이 뭔가? 명사로 '요부'란다. 단어 자체를 풀어헤치면 치명적인 여자정도라지만 영화 속에서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남자를 유혹한 뒤 파멸시키는 악녀역의 여자 주인공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전적인 의미에 맞는 여주인공이라기엔 많이 부족했다.
그녀의 팜프파탈로의 변신은 "꽝"이다. "다음 기회에"도 절대로 하면 안될 듯 싶다.
화장만 진하게 떡칠했다고, 말마다 톡톡 잘라먹는다고, 눈만 흘겨뜨고, 훌러덩 파인 몸에 딱 달라붙는 옷감 적게 들어간 옷을 입는다고, 그런다고 요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타자'의 김혜수가 얼마나 연기를 잘했었는 새삼 느꼈다. 그녀는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아도 옷감 적게 들어간 옷을 쭉~입지 않아도 그녀는 충분히 섹시했고 충분히 남자들을 쥐락펴락했다.
배우들의 캐릭터가 애매모호하게 그려진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형사는 그닥 전문성 있어 보이지 않는데 반해 소매치기범들은 구역을 지키기위해, 돈을 벌기위한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게 뭐??
액션이라도 통쾌했으면 그나마 위로가 됐었을까. 액션은 칼만 열심히 휘둘러되는 잔인함의 연속이었고, 중견배우 김해숙이 분한 소매치기의 고수는 뭐랄까.
왜 그녀가 소매치기로 살아야만 했었는지에 대한 어떤 이유도 없다. 그녀의 슬픔이, 그녀의 독기가, 그녀의 의리가, 엄마로서의 그녀가 몽땅 이해되지 않았다.
배우들의 변신은 많았는데 그 만큼 관객은 만족시키지 못한 허술한 영화다.
무방비도시는 관객에게 많이 무방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