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그램에 언제나 등장했던 그것도 가운데 위치했던,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사람이 있다. 이경규-
그의 몰래카메라를 사랑했고, 그의 김밥도 좋아했고, 그의 개그를 좋아했다.
영구분장을 하고 나와 몸개그를 선보였던 적도 있는 전통 개그맨이다. 말만 잘해서 MC를 보는 개그맨이 아니라 몸으로 제대로 웃겼던 개그맨 중의 한사람이다.
이경규는 나와 친근하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그가 우리집 근처에 살았었다는 것으로 엮어 그와는 가까운 이웃사촌 느낌이다.
1993년 쯤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결혼하기 전이었고, 23살의 꽃다운 나이였다.
우리집 근처의 빌라에 이경규도 살고, 김미숙도 산다고 해서 그 근처를 지나갈때는 고개를 빼고 혹시나 마주치지 않을까 싶어 기웃거렸지만 한번도 마주친적은 없다.
그때 이경규라는 개그맨의 인기는 대단했다. 절대지존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의 몰래카메라에 당한 연예인들도 많았고, 그렇게 남을 속이고 웃기는 장난을 많은 시청자들이 즐겨했다. 그때 그는 동네에 '압구정 김밥'이라고 그의 이름을 걸고 김밥집도 운영했었다.
그 당시 나는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학원에 다니는 시간이 일정하니 언제나 비슷한 시간에 같은 길을 지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날 낯선 남자가 다가와 말은 시켰다. 한손에는 다이어리를 한손에는 엄청난 무전기같은 휴대폰을 들고서..
내가 지나가는 걸 자주 봤다고 뻔한 멘트를 하며 자기를 이경규 매니저라고, 차한잔 하자고 했다. 이경규 매니저면 차 한잔 해아하나, 정말 이경규 매니저 맞나? 어찌되었건 그만큼 이경규의 인기가 높았던 시절이니 그렇게 사칭하는 사람도 있었으리라.
그렇지만 이경규의 집이 우리집에서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 그럴 법 하기도 했었다.
호기심에 간단하게 차 한잔하고 헤어지긴 했는데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한동안 TV에서 이경규가 나오면 괜히 친근한거 같기도 하고, 괜히 주변에 매니저가 있나, 나한테 말걸었던 그 매니저가 맞나 확인하기도 했었다.
후배 유재석, 김용만, 박명수가 그의 자리를 메운 듯 이제 그는 주말 TV에서는 볼 수 없다. 다시 시도했던 몰래카메라도 억지설정과 억지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결국은 막을 내렸다.
처음에는 열심히 지켜봤던 나도 그의 몰래카메라가 식상하고 때론 말도 안되는 억지에 채널을 돌렸다. 그 이후로 그는 주말에는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는 몸을 아끼지 않는 개그를 보여주고 있으며 내가 즐겨보지 않지만 평일 저녁에 MC로 아직 개그지존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전성기 시절의 화려함은 사라진 듯 하다.
그의 업적을 인정이라도 하듯 각 방송사는 인사치례인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 이후에도 그닥 거르지 않고 상을 주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전성기때보다는 덜한 그의 모습을 TV에서 보면 세월의 흐름에 씁쓸해질때가 있다. 찬란하게 예뻤던 여배우들도 나이들면서 점점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는데 개그맨이기에 49이란 나이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니 낫다고 해야할까.
이순재 선생님같은 왕성한 활동으로 이경규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걸, 개그계의 전설로 남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