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충분히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나게 만들 수 있다니 놀랍다.
그닥 눈에 띄는 배우가 나오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영화프로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일까. 영화 제목만 듣고는 우리나라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다지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이 영화에는 많은 이들이 나온다.
조센진이면서도 일본인으로 대접받기 위한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도 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어설프게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내걸겠다는 개그스럽지만 감동을 주는 이들도 있고, 똑똑하게 잘난척하지만 결국은 맥없이 무릎끓는 독립군도 있고, 카사노바에 사기꾼같은 독립군도, 거기다 뭔가 있을 것 같았지만 끝까지 아무것도 없는 백치같은 여인도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낸 영화의 가운데 박용우가 있다.
박용우란 배우의 생김 자체가 선굵은 거랑 거리가 멀어서일까 이 배우를 보면 왠지 좀 가볍다.
진지함과는, 못된, 나쁜 것하고는 거리가 좀 먼 그런 느낌인데 지금껏 그가 출연한 영화 때문에 생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달콤 살벌한 여인'에서도 약간은 부실하고, 엉성한 교수로 많은 웃음을 줬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계십니까?'에서는 웃음을 주지는 않았지만 쌍방향 불륜을 저지르는 설정에서도 그는 뭐랄까, 그렇게 나쁜 놈으로 뵈지 않았다.
배우는 그래서 이미지로 먹고 사는 것이 맞긴 맞나부다.
또 다른 주인공 이보영이 있다.
뭔가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며 자꾸만 저 여인도 독립군인가 싶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여자였다는 것에 좀 허탈하긴 했지만 그녀는 춘자란 가수로 부족함이 없었다.
백치미가 흐르는 여인네가 '해당화'란 도둑으로 날쌔게 돌아다닐 때는 '엔트랩먼트'의 캐서린 제타존스와 오버랩되면서 꽤나 멋지기까지 했다. 가녀린 몸을 살짝쿵 흔들어 되면서 노래를 부르면 자체발광이었다. 이보영이란 배우에 대해서 내가 너무 과소평가한 것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 시작 얼마 안됐을 때만해도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녀는 영화의 끝으로 가면 갈수록 완벽한 캐스팅이었음을 보여줬다.
암울했던 일제 치하 경성을 웃음으로 묘사하지만 그 가운데 조센진이면서도 일본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암투가 그 시절을 묘사하는 듯 싶다.
조금더 일본인데 더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충심스런 개처럼 노력하는 그들의 최후는 결국 관객이 바라는데로 되지만 그래도 씁쓸함에는 변함이 없다.
총감의 최후는 통쾌함까지 주었다. 한번도 자신을 배반한 적이 없다는 충심스런, 이상하리 만큼 못생긴 개가 결국은 마지막까지 충심을 다하며 웃음을 주었다.
영화엔 곳곳에 실마리가 있고, 그 실마리들을 잘 연결하면 장면 하나하나가 모아지크처럼 연결되는 걸 볼 수 있다. 아주 잘 짜여진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영화가 '원스 오픈 어 타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