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김혜자님의 목소리를, 얼굴을, 연기를 볼 수 있어 반갑기까지 하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열연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세월을 빛겨가는 듯한 뭐랄까, 여전함을 느낀다.
좀 부끄러웠다. 그녀의 펜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니었나..
물론, 100원이면 10명을 먹일 수 있다고 호소하는 그녀의 외침을 들은 적도 있었지만 드라마에는 내가 아는한 발길을 딱 끊을 줄 알았었다.
하지만, 조사를 해가면서 어마나~~이렇게 많은 드라마에서 얼굴을 보여주고 계셨다는 걸 처음 알았다.
2004년 SBS 창사특집극 '홍소장의 가을'
2005년 MBC 가정의 달 특집극 '봄날의 미소'
2006년 MBC 미니시리즈 '궁'
등에 나왔었다. '엄마가 뿔났다'를 아주 오랜 시간의 휴식기를 거치고 나온 것이라 반갑다고 했는데 말이다. 물론, 창사특집극이나 가정의 달 특집극 같은 단막극은 챙겨 보지 않는 한 보기 힘들었다고 해도 '궁'은 좀 심하지 않았나~~출연하는 건 알았었다. 드라마 자체의 코드가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었다 변하고 싶다.
어찌되었건 다시 안방 극장에 돌아온 김혜자님이다.
김혜자님하면 제일 먼저 '전원일기'가 생각난다. 김회장님의 안사람으로 나왔던 농촌드라마. 앞가르마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면 시골 아낙네로 기억한다.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이순재님과 부부로 나왔는데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이순재님을 시아버지로 모시는 며느리로 분한다.
'사랑이 뭐길래' 도 대단했었다. 권위적이면서 꽉 막힌 남편을 모시고 사는 힘없는 아내역으로 징징거리는 특유의 말투와 최고 불쌍한 자세(옆으로 다리 굽혀 누운 자세)로 흥얼되던 명곡(?) 김국환의 '타타타' 의 가사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네들의 삶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 기억하는가?
김국환의 '타타타'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겟느냐
한치앞도 모두몰라 다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날엔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건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집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없이살면
무슨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겟느냐
한치앞도 모두몰라 다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날엔 바람으로
비오면 비에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건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집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없이살면
무슨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아 하 하 하 하 ~ ~
아 하 하 하 하 하 하 하 ~ ~
김수현 원조사단이 출현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던 '엄마가 뿔났다' 는 방송 4회만에 많은 이들이 보고 있다. 이순재님을 시아버지에 백일섭님과 강부자님이 쌍둥이라는 설정에 친구인 김혜자님이 친구이자 아내라는 설정이다.
이순재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 아버지께 울면도 사달랄 수 있는 징징거리지만 귀염받는 며느리다.
김수현 원조 사단이라서 그런가…말 한마디 한마디가 착착 달라 붙는 것이 어쩌면 저렇게 적재적소에 맞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싶어 끄적끄적 거리는 것이 취미인 사람으로 하여금 주눅들게 한다.
김혜자님의 특유의 말투. 나이 어린 내가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징징거리는, 신경질적인, 그러면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할 것 다해주는 대한민국 대표하기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엄마다.
악기로 비유하면 해금같다고나 할까.
징징거리는 듯 하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포근함은 없지만 그러면서도 엄마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캐릭터-
그래서 그녀의 연기가 더 좋은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그녀가 광고했던 자이리톨이란 껌 선전을 들으면서도 징징~~하는 소리가 들렸더랬다.
그 연세에(우리 엄마는 지병으로 여기저기 아프다) 그렇게 멀쩡한 얼굴로,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김혜자님의 삶같아 더욱 더 매료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그분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