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엄마, 나 10개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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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지금은 학년말이다. 이제 낼모래면 종업식을 끝으로 학년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학년으로 올라가기 위한 봄방학을 한다.
봄방학이 끝나면 새학년이고 그러면 이제 딸아이는 2학년이 된다.
엊그제 입학해 마음 졸이게 했던 딸아이가 2학년이 된다니 감동이다.

담임선생님께 적응 됐고, 아이도 선생님과 반 아이들과 정이 들대로 들고 그만큼 적응이 됐는데 이제 새로운 선생님과 새 친구들을 만나서 다시 적응 해야한다는 것이 9살 아이한테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인 모양이다.

오죽하면 "우리반 애들이랑 선생님이랑 그대로 2학년에 올라갔음 좋겠어요" 한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잠깐 학교에 등교하는 요즘은 많이 느슨해져 아이나 엄마나 겨우겨우 학교에 가방만 챙겨 나가는 것 같은데.. 이런 마음가짐에 많은 숙제나, 준비물을 수첩에서 발견하면 와락 짜증이 밀려온다.
거기다 요새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시험을 보는 모양이다.
1학년 총괄평가같은데 명목은 학습지라지만 시험이다. 오늘은 시험을 2과목 봤다는 날도 있고, 오늘은 4과목 봤다는 날도 있고…
이건 뭔가.
뿐만아니라 지금껏 받아쓰기 시험은 출제예상문제에서만 나왔었는데 마지막 시험이니만큼 읽기책에서 무작위로 보겠단다. 20페이지 정도가 되는 분량인데..이런, 아이들의 실력이 바로 들통나겠구나 싶었다.
받아쓰기를 본 그날 하교길에 나는 반엄마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교문을 나서며 아이는 나를 발견하더니 뛰어오며 아주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엄마, 나 3개 틀렸어. 수민인 다 맞았어" 휴~~단짝친구는 100점 맞았다는데 지는 3개 틀렸다는 걸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광고랑 닮았다. 그래도 이날은 괜찮은 성적이었다.

학년이 끝나가자 서랍장에 있는 물건을 몇개씩 아이들편에 보내 무거운 가방 들고 올 것이 안쓰러워 마중을 나가기 시작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저쪽에서 아이가 보이는데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선생님께 혼나기라도 한걸까 싶어 마음이 철렁한데 내 쪽으로 오더니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주위 엄마들이 들을 수 있을만큼은 되는 소리로 말한다. "엄마, 시험지5장 받았는데 10개 틀렸어. 수민이는 다 맞았어."

도대체 이 아이를 어찌하오리까
틀려도 상관없으니 제발 다른 엄마들앞에서 말하지 말고 집에와서, 엄마한테만 보여달라는 내 말은 완전히 잊어 버리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광고를 해라!

1학년 학년말 시험에서 1~2개 틀려오는 것이 뭐가 그리 큰 일이라고 그리 호들갑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학부모가 되니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서 내 자식은 왜 아는 것도 틀려오나, 실수도 실력이다라면서 아이한테 열내는 엄마가 되더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은 순전히 뻥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한 '성적은 행복순이다'가 더 맞는 말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노후를 무시하고 사교육비에 어마하게 쏟아부을리가 있겠나....


공지영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서 공지영이 딸 위녕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 첨에는 너희 우등생 아닌 거 화났어.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지. 하지만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어. 아이들이 공부 잘하면 왜 좋니? 하, 그거야 당연히 그러면 너희가 성공하고 너희가 별로 돈 걱정 안 할 확률도 높고, 살기도 편하고….그랬지. 그런데 다시 물었어. 정말 그 이유가 다일까?.....묻도 또 물었더니 맨 마지막에 말이야 어이없게도, 너희가 공부를 잘하면 내가 좋을 거 같았어. 너희가 아니라 내가 말이야. 가뜩이나 사람들이 세 번 이혼했다고 손가락질하고, 아빠 없이 아이들 키운다고 아이들 불쌍하다 그러는데, 너희가 공부 잘해서 남들이 보기에 좋은 대학에 가면, 그러면 그때 엄마가 그 사람들에게 고개를 들고 거 봐, 할 거 같았어…. 그게 다는 아니었지만 그런 게 있더라고….. 엄마 마음속에 말이야. 그런게 아주 많이 있더라구.


나는 이혼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이유땜에 딸아이가 틀려오는 개수에 연연하며 이렇게 열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도 공부못하고 재수까지 했던 나를 지켜보며 얼마나 마음 졸이고, 고개 숙이고 다녔을까 싶어 많이 찔린다.
딸아이가 좀 크면 "할머니, 우리 엄마 공부잘했어요?" 하고 확인작업 들어갈텐데..미리미리 단속을 해둬야 하나~~^^;;

제대로된 엄마가, 학부모가 된다는 것은 말처럼 결코 쉽지 않고 매순간, 순간 마인드컨트롤을 요한다. 세상에 거져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 싶다.

풀죽어 학원에간 딸아이가 돌아오면 꼭 안고 뽀뽀해줘야겠다. "화내서 미안해, 이쁜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