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피해를 당할 때도 있다.
여러 사람이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니 포기하는 부분도 있다.
거기다 딸아이가 14개월 됐을 때 아이가 걸어 다니는 소리를 견뎌하지 못한 밑에 층 부부의 깐깐함에 많이 신경쓰고 살았더니 왠만한 소음엔 저럴 수도 있지, 애가 있는데..하면 넘어가게 되었다.
근데, 아이가 없어도 시끄러운 집이 있다.
바로 윗집인데..
다 큰 딸과 엄마가 사는 아주 단촐한 가정이다. 거기다 그 아주머니의 외모가 상당히 고으시다.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날씬하고 곱다.
늦은 밤 아이를 재우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그 때 시간이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다.
12시가 다된 시간에 쿵쿵쿵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연속되어 들리는 것이다.마늘 빻나부다하면서 넘어가려 했지만 그 소리는 마늘 빻는 소리랑은 틀리게 더 크고 굵직하다.
그 소리를 규칙적으로 20분을 넘게 듣고 있자니 오던 잠도 달아나고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애 아빠가 위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쿵쿵쿵' 소리는 멎었다. 그 시간에 런닝머신을 뛰었단다.
그 딸이 시집을 가고 이제 윗층에 곱상한 아주머니만 산다.
혼자 사니 아주 조용한 위층을 만나는 것도 복인다. 물론, 가끔 시집간 딸이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 나들이를 하는 날이면 이삿짐을 나르는 듯 시끄럽다.
뭐, 어쩌다가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얼마전부터 아이가 학교 가고 남편도 출근한 조용한 시간에 책이라도 읽으라치면 어디선가 들리는 어마하게 큰 노래소리가 방해한다.
얼마나 크게 듣는지 집이 울린다. 중요한 건 어디서 음악을 듣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안방에 가면 안방쪽에서 소리가 들리고, 아이방에 가보면 아이방에서 울리고, 거실로 나오면 거실에서 웅웅거린다. 거실바닥에 엎드려 귀를 귀울이면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리도 같은 것이 도통 어느 집에서 이렇게 몰상식하게 큰 소리로 노래를 듣는지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하루는 오전 시간에 청소기 돌리고 빨래해 널고 하는, 2시간이 넘게 계속 끊이지 않고 노래소리로 괴롭힘을 당했다.
노래도 어찌나 다양한지 하루는 헤비메탈의 징징~울려되는 듯한 시끄럽고, 어떤 날은 올드팝이다. 독특하게 가요는 듣지 않는 모양인데 딸아이를 데릴러 나가지 않았다면 두통약을 챙겨야 하지 않았을까..
정체모를 큰 노래소리에 매번 고수란히 귀를 혹사 당했는데 주말 오후에 똑같이 큰 소리로 노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애 아빠가 경비실에 부탁했지만 어느 집이 시끄러운지 모르기 때문에 방송은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그래서 결국 애 아빠는 찾아 나섰다.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남편 나간 후 얼마 있다 노래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돌아온 남편이 하는 말이라니...윗집이란다.
그 곱상한 아주머니. 말이 아주머니지 손주까지 있는 할머니다. 그 할머니가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집이 울릴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 할머니란다.
"내가 요즘 좀 들었지?" 하며 볼륨을 줄이더라는...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뽕짝도 아니고 헤비메탈을 듣는 할머니! 그 할머니의 비밀을 은근히 엿본건 같아 재밌기도 하고, 탤런트를 해도 될만한 곱상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음악적 취향의 할머니가 은근히 멋지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