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너무 가려운데 목욕 좀 해줄래?"
엄마가 협착증으로 수술받은 지 이제 1주일이 지났다.
입원기간 동안 간병인이 한번 목욕을 시켜드린 모양이다. 수술 부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머리를 감키고, 하반신을 비누칠 하고, 상반신은 물수건으로 닦아드리는 방법으로 씻었단다.
하루만 샤워를 안해도 꿉꿉하고 찜찜한데 퇴원하고 집에 온지 사흘이 됐는데 샤워는 커녕 머리도 못 감았으니 얼마나 찜찜했을까 헤아리지 못한 내가 참, 어이 없었다.
죄송스런 마음과는 달리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엄마는 머리도 가렵지 않어? 진작 말하지..."
"늙으니깐 머리도 안가려워. 젊었을 땐 하루라도 안감으면 가려워 못살겠더니..."
간병인처럼 할 엄두가 나진 않아 혹 수술상처에 물이 닿을까 싶어 랩으로 배부터 허리까지 복대처럼 둘렀다.
간병인이 했다는 방법으로 일단, 변기위에 엄마가 앉아 고개만 살짝 숙였다.
머리를 물로 적시고 샴푸를 하고 헹구고, 샤워타월에 거품을 가득 내 엄마 다리를 씻겨 드렸다.
다리부터 허벅지까지..그리고 헹구고 나오기까지는 그닥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늘이 노랗게 되는 산통을 겪고 나를 낳았을 것이고, 내가 딸아이를 매일 목욕시켰던 것처럼 그렇게 엄마도 나를 씻겼을 것이다.
그때는 일회용 기저귀도 없어 천기저귀를 빨아대며 말그대로 진자리 마른자리 가라뉘시며 그렇게 키웠을텐데 지금의 나는 그 과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싹퉁바가지 딸이다.
인정한다. 나는 절대 효녀가 아니다.
그저, 사람이 할 도리는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늘이 무서워 마음이 어떻든 하려고 했고 지금 껏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하늘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이다.
지인의 올케언니는 시골에서 넉넉하게 사는 시어머니를 모신다는 핑계로 집으로 데려와 손주들 뒷바라지 시키고 더 이상 아이들이 할머니 손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자 시어머니와의 마찰을 주기적으로 만들더니 결국은 지인의 어머니가 포기하고 아들 집에서 나오셨다.
얼마 후 그 올케언니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또 있다! 시부모의 모든 제산을 다 독차지 했으면서도 시부모를 모시지 않고 살던, 아들만 둘이던 지인의 형님이 있었다.
그 형님을 보며 나중에 며느리보면 어떤 시어머니가 되나, 두고 보고 싶었는데 글쎄, 밤새 안녕이라더니 자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이상하게 아귀가 맞게 벌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건을 듣고 보며 윤회를 믿지 않음에도 그런 믿음을 갖게 됐다.
내가 하는 만큼 복을 받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마음은 편하지 않겠나..
내가 아기였을 때 엄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목욕시켰을 것이다.
내가 딸아이를 키웠던 것처럼 그렇게 엄마도 똥기저귀도 갈아대며 나를 이만큼 키워냈을 것이다.
엄마의 벌거벗은 몸을 보며, 엄마의 나이를 느끼며 이루말할 수 없이 슬펐다.
나를 보호해줬던 엄마가 이제는 나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허리조차 구부리지 못하는 상태로 딸이 해주는 손길에 의지해 목욕을 하고 있는 힘없는 노인네에 불과한 우리엄마가 많이 안스러웠다.
나 먹고 살기 바쁘고, 딸아이 챙겨야한다는 이유로, 그저 이해 해주는 부모님덕에 용돈 한번 때 아니면 챙겨드리지 못하고 살았다.
내일 목욕은 좀 더 능숙한 손놀림으로 시켜드릴 예정이다. 우리 엄마가 내가 아기였을 때 했던 것처럼 그렇게 따스한 손길에 정성을 다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