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투덜 가사도우미 '매우만족' 요구로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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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엄마는 수술하고 아주 멀쩡하시다. 단지, 허리를 구부릴 수 없다는 것인데..허리를 구부리지 못하는 것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많은 불편을 야기하는지 엄마를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
밑에 떨어진 것을 줍지도, 냉장고 아래칸에 있는 반찬도, 볼일 보고 뒷처리도 쉽지 않다.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멀쩡하시다(?).

친정집이 이사를 한다.
아빠도, 남동생도 출근하고, 엄마가 그러시니 이사를 위한 모든 준비를 전업주부라는 이유로 한가하게 보이는 언니와 내가 나서게 됐다. 이사갈 집의 씽크대를 갈고, 청소를 해야하는데..

엄마가 퇴원하고 2주가 넘는 동안 하루는 언니와 내가, 하루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일을 도왔다.

50이 넘었다는 독신의 도우미 아주머니는 잠깐 보기에도 열심히 일해 엄마가 아주 맘에 들어했다.
근데, 그 아주머니가 급 허리가 삐끗해 이사갈 집을 청소하러 못 오신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온에어'에서 가사도우미로 출연한 이경진-sbs


반일 도우미 일당이 하루 33000원이다. 거기다 협회에 회비라는 걸 5000원 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적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같은 소시민에겐 아주 큰 돈이다.

엄마도 간병인 이후로 남의 손을 처음 빌리는 것이라 처음에는 좀 불편해 하시는 것 같더니 몇 번 만에 완벽하게 적응하셨다.  

남동생 와이셔츠는 손빨래 해야한다는 세세한 주문까지 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엄마는 편해졌다.
"아줌마, 우리 이사갈꺼라..장식장안에 있는 그릇이랑, 침대커버 벗겨 놓은 것 다 세탁해 놓아요"

뭐, "미세스 문~~~"을 외치는 장미희에 비하면 어림짝도 없는 어설픈 시킴이지만 우리같은 소시민한테, 누군가를 부려보지 않고 살았던 우리네에겐 큰 발전이다.

새로운 아주머니가 오셨다. 근데, 이 아주머니가 심하게 기대를 저버렸다.

연변에서 온 듯 한데 도통 웃음도 없고, 말투 자체가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듯한 투박하면서도 말꼬리가 올라가는 억양을 갖고 있는 뚱한 아주머니다.
뭐, 일만 잘해주시면야 뚱하거나 말거나인데...이사갈 집으로 이동해 청소를 해주셔야 한다는 말씀에 이미 엄청난 일(?)을 예감한 듯 싫은 내색이다.

이동 내내 계속 이사갈 집 청소하는 게 일이 얼마나 많은데..4시간 동안 못하는데... 환자인 엄마를 두고 언니와 같이 이동하는데 어찌나 눈치뵈고 불편하던지 그냥 가세요 하고 싶을 정도였다.

어찌되었건 아주머니는 새로 이사갈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내가 딸아이를 데릴러 간 사이 언니가 그냥 있는 것이 아까웠는지(?) 도우미 아주머니는 장갑끼고 거들라고 했단다. 같이 청소하는 거 아니었냐고, 나 혼자 다 하냐고..하면서..

뭐, 집이 어마하게 넓으면 절대 혼자서 다 하지 못하리라는 걸 나도 주부로 일해봐서 안다.
한데, 넓지도 않은 공간을 4시간동안 청소만 해 달라는데 그것도 하기 싫어, 돈받고 일하면서 꾀를 부리는 행태는 아니다 싶어 협회에 항의했다. 내가 청소할꺼면 왜 사람을 불렀겠냐, 도우미 아주머니가 마음에 안든다고 했다.

협회에서 무슨 언질을 받았는지 아주머니는 더 뚱해져서는 그 다음부터는 음료수를 건내고 무시하고 하던 일만 했다.
씽크대 설치하는 동안 쿵쿵되고, 징징되는 공사판같은 공간에서 아주머니는 방으로, 화장실로 청소를 했고 그렇게 4시간이 다 됐다.

33000원에 2000원을 더 넣어 봉투를 내밀었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네..봉투에 안넣어도 되요"
"하,네…"
"근데, 섭섭해요"
"네?"
"아까 협회에 전화하셨어요?"

그러면서 내가 협회에 전화한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 다음부터 일 안주면 어쩌꺼냐고 한다.
남 밥줄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나중에 일 잘하고 가셨다고 협회에 전화드리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주머니는  당신의 휴대폰으로 협회에 전화를 걸어 내게 건냈다.

일 잘하고 간다고, 아까는 우리엄마랑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아주머니한테 이사 갈 집만 청소하면 된다고 해야하는데 두 집을 다 청소해야 한다는 걸로 아주머니가 들은 거 같다고...횡설수설하며 결론으로 아주머니는 잘했다로 마무리 했다.

"고마워요"
도우미 아주머니는 급 방긋해 돌아갔다.

맘에 안들어도 아주머니의 처지를 생각해 잘한다고 해야하다니...좀 황당한 기분이었지만 어쩌겠나.. 다 같이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싶은 마음으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엄마가 걱정하신다. 다음 번에 그 아주머니가 오면 어쩌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