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이 달콤해지기 시작한 건 꽤 많은 분량의 방송이 되고 나서다. 그만큼 드라마의 주인공들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네들이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그들이 많이 낯설었다.
보통 드라마가 시작되고 그 드라마에 빠지기까지는 짧게는 2회 정도가, 길게는 4회를 넘어서까지도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달콤한 인생'은 4회를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그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었고, 매주 토,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챙긴다. 그 시간에 '대왕 세종'이 겹치지도 않는 것도 집중할 수도록 도와준 원인이지만, 동시간대의 SBS의 '조강지처 클럽'이 대하드라마도 아닌 것이, 일일 드라마도 아닌 것이 끝날 시점을 훨씬 지난 거 같은데 아직도 하고 있는 것에 가끔 놀래며 '이거 아직도 하네?' 하면 리모콘의 버튼을 누를 때도 있다.
'달콤한 인생'은 뻔한 이야기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여자도 홧김에 외도를 한다는, 부부의 외도상대가 서로 좋아하는 젊은 남녀라는 짜증나는 설정인데, 분명 이야기의 전체 흐름은 내가 이걸 왜 봐야하나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럼에도 '달콤한 인생'엔 뭔가가 있다.
일단, 오연수의 변신이라면 변신이 신선하다.
그녀는 나랑 동갑 돼지띠다. 같은 또래라는 것 때문이었을까 그녀에겐 나만이 갖고 있는 시기심 같은 게 있다. '아, 예쁘다' 얼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이 되었다는 것도 그닥 맘에 안들었고, 같이 입시를 치루는 경쟁자일 땐 쟤는 놀면서도 대학 편하게 가냐 싶어 질투했다.
이제는 아이낳고, 나이 먹으니 그런 감정은 없지만, 화면으로 볼 때마다 눈가에 주름은 없는지, 튀어 나온 살은 없는지 열심히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랄 때가 있다.
그녀는 투명해 보이지 않는다. 양파라고 해야할까. 벗겨도 벗겨도 속을 알 수 없는 그런 캐릭터다. 아니, 그녀 자체가 실제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달콤한 인생'의 윤혜진역으로 분하는 그녀는 그녀 말고는 안될 것 같이 맞춤이다. 멍청한 듯, 순진한 듯, 내숭과인 듯 하면서 혼전임신으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낚고 아이 낳고 잘 산다.
넓은 집에서 도우미 아줌마도 부리고, 잘빠진 외제차에, 쇼핑하라고 카드 들이미는 남편도 있는,부띠끄에서 '사모님' 대접받는 잘나가는 전업주부다. 근데, 그녀는 '사랑'이 없어 불만이란다.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싶었다. 그래서 더더욱 집중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외도한다고 아이들 떼놓고 일주일씩이나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니 드라마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하루만 준비물을 안챙겨도, 숙제를 안챙겨도 허둥대기 쉽상인데 어떻게 일주일씩이나 애들을 내팽기치고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물론, 북해도의 설경에 입을 딱 벌리고 좋아라 하긴 했지만, 그녀의 사치스러운 행동은 반대였다.
그래서 보기 싫었다. 뭐가 불만인데..남편이 바람펴도 이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엄마로, 대외적으로 남편으로 그렇게 충실하며 살겠다는데.. 아이들은 내팽기치고 집을 나가 구질구질하게 사느니 아이들을 챙기며 사모님으로 사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속물적인 생각이 드라마의 집중을 방해했다.
가정에 충실하고, 언제나 아내만을 바라보며, 돈 많이 벌어오는 그런 남자는 없다. 부부란 시간이 지나면 끈덕끈덕한 情으로 산다고 하지 않나.
어쨋든 절대 설렁설렁해 보이지 않는 그녀다. 새침스러워도 보이기도 하고고, 참해보이기도 하는 그녀가 젊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모든 걸 다 팽개치고 집을 나올 수 있는 그러면서도 소리한번 내지 않는 그녀를 보는 것이 이해는 안되도 드라마를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거기다 또 다른 이가 '달콤한 인생'에 달콤함을 더하고 있다.
이동욱(이준수역)이다. '마이걸'에서 까칠한 듯 하지만 돈 많은 집 아들로 분했던 잘나갔던 그가 '달콤한 인생'에선 잘나가는 친구한테 기생하며 벌레처럼 사는, 그는 많이 구질구질하고 우울하다.
'마이걸'의 설공찬은 밝고, 또 밝았다. 그러면서도 이다해와의 알콩달콩함은 보는 아줌마의 마음도 설레게 했었다. 그런데, 그 맑고 밝은 설공찬이 이준수로 돌아왔는데 그 준수가 보기만해도 우울하다.
침대에서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그가, 제대로 표출하지 않은 억제된 감정이 그의 얼굴에 그대로 보인다.
그의 인생이 절대로 녹녹치 않았음이, 그의 기생인생이 그를 얼마나 우울하게, 힘들게 만들었는지, 그러면서도 헤어나지 못했던 그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간절하게 느껴진다.
허옇고 맑간 꽃미남이 이런 극도의 우울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완벽한 준수를 연기하고 있는 그의 변신에 볼 때마다 놀랜다.
횟수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주인공들도, 자연스럽지 않은, 그러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뭔가 있는 듯한, 스릴러 같음이 점점 '달콤한 인생'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달콤하지만은 않은 혜진과 준수가 서로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질지….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인생'만의 색다른 전개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