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올 해 2학년이다.
학부모란 타이틀로 처음 만난 엄마들이어서 그럴까. 힘들고 고된 1학년을 같이 보낸 엄마들이어서 더 남다른 정이 있다. 특별히 친분이 있지 않더라도 하교길에 만나면 괜히 반갑고, 잘 지내는지, 아이는 2학년에 잘 적응하는지 묻게 되고 그렇다.
지난 주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1학년 엄마들 모임을 하고자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2학년이 되고 새로운 엄마들에 낯설어 더더욱 1학년 때 엄마들이 그리웠던 차에 반가웠다.
그렇게 1학년 때 엄마들과 만났다.
14명 정도로 직장맘들을 제외한 엄마들이 거의 다 참석했다.
식사를 마쳐갈 쯤 모임을 주체한 00엄마가 나섰다.
00엄마는 첫애가 중1, 작은애가 딸아이와 같은 반, 그리고 두돌이 지난 아이가 있었다.
자신이 첫 애 모임을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데, 때 되면 여행도 가고, 체험학습에, 경조사까지 챙긴다는 것이다.
지금 만난 엄마들만으로 매달 만나는 모임을 만들어 우리도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후원도 해주고, 체험학습도 같이 다니자고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모임에 불참할 경우는 벌금 5000원을 따로 내야 하고, 한번 모임에 들면 탈퇴할 수 없고, 오늘 오지 않은 엄마들은 모임에 낄 수도 없다고 했다.
카리스마라면 카리스마라고 해야 할까
다른 엄마들도 그 자리에선 박수치며 동조했고, 그날의 회비를 내고, 다음 달 만날 날까지 정하고 헤어졌다.
거기까지였다. 나오면서 엄마들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친목모임이 아니라 강제성 모임에 벌금까지!
친목 모임으로 가다가 좀 더 친해지고 그리고 아이들 4학년 쯤 돼 후원을 하든, 회비를 걷든, 벌금을 걷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달 모임에 그 엄마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일단은, 친목모임으로 벌금이나, 강제성이 없는 자유로운 모임으로 유지하다 좀 더 친해지면 그러면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 특별회견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여론을 수렴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검증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촛불시위로 '이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지나친 카리스마로 대단히 결단력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대통령은 머리 숙였고, 결국 대운하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없는 것 보다는 낫다. 리더라면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뭐든 지나치면, 과하면 부작용이 있다.
이 대통령은 "아무리 시급한 국가 현안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는데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향해 거듭 사과했다. -매경
13명 엄마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을 내렸던 00엄마도 다음 달 모임에서 뻘쭘해질 듯 싶은데, 하물며 5천만이 넘는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은 대통령은 지금 더 많이 국민들을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어찌되었건 이땅에 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딸아이를 키우는 한 가정의 주부로서 먹거리만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