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딸아이는 친구들이 거의 다 가지고 있는 닌텐도DS가 없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그 동안 사용했던 휴대폰을 딸아이가 가져가 장난감인양, 휴대폰인양 외출할 때도, 집에 있을 때도, 꼬박꼬박 충전까지 하고, 아침엔 모닝콜까지 맞춰 놓고 일어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굳이 닌텐도DS를 사달라고는 하지 않는데, 닌텐도DS를 경품이벤트 상품으로 내걸고 있는 사이트라도 발견하면 아이는 눈을 빛내며 "엄마, 이거하면 닌텐도준데~~"
하길래 이 아이가 얼마나 갖고 싶으면 저럴까. 혹, 개통 안된 휴대폰을 들고 시위하는 것은 아닐까.
친구들이 모이면 혼자만 닌텐도가 없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모습에 좀 안스럽기도 했고,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이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닌텐도 DS가 아닌 듯 그렇게 닌텐도DS를 잊어 갔고, 닌텐도DS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만나면 딱히 만질 것이 없이 심심해 할 뿐이지,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엄마 아빠의 고민을 딸아이는 그렇게 말끔이 해결해 주는 듯 했다.
몇 달 동안은 닌텐도DS에 대한 말도 없고, 휴대폰을 장난감삼아 내일 해야할 일을 저장해 놓기도 하고, 알람을 이용해 컴퓨터 사용시간을 체크하기도 하고 나름 아주 훌륭하게 먹통 휴대폰을 PDA처럼 사용하는 딸이 예쁘기까지 했다.
그런데, 딸아이의 단짝 친구가 이번에 휴대폰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그 친구 엄마도 굳이 사주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그 친구 엄마가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꼬박 반나절을 넘게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았지만 결국은 못찾았고, 공짜폰을 개통했다.
근데, 오후 늦게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연락이 왔고 결국은 휴대폰을 찾았다. 문제는 새로 개통한 휴대폰이 의무 약정 기간이 1년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딸아이 친구 몫으로 휴대폰은 넘어 갔다. 그 이후로도 며칠은 조용했는데 며칠 전부터 딸아이가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던 휴대폰을 개통해 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개통, 개통!!"
SKTelecom, SHOW, LGTelecom 같은 간판을 보면 "아빠", "엄마"를 애타게 부르면 제발 나도 개통하게 해달라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려해도, 통화를 걸려고 해도 어김없이 '개통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뜬다며 제발 개통해달라고 졸라댄다.
"이봐….개통이 필요하다잖어. 엉? 개통!! 개통!!"
일단은, 아직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금처럼 모닝콜로, 필요한 메모를 저장해두는 전자수첩 정도로 그렇게 사용하면 안되겠냐고 달랬다.
물론, 이렇게 말은 했지만 딸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엄마인 나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나도 세상이 무서워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할 때 혹여 시간이 나랑 어긋날 때를 대비해, 무서운 세상에 위치추적을 위해 딸아이한테 휴대폰을 사줘야 할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가끔 시간을 못 맞춰 발을 동동 구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매번 학원으로, 학원 셔틀버스 기사님께로 통화하느라 땀 뺐던 적도 분명 있는데...그런데, 아직은 휴대폰을 사용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닌텐도를 돌같이 보던 딸아이가 휴대폰을 개통해 달라고, 9살짜리가 '개통'이란 단어를 모를텐데도 불구하고 매일 가지고 노는 개통 안된 휴대폰에 순간순간 나오는 문구를 보고, '개통' 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안됐기도 하면서도 나는 주관을 꺾고 싶지 않다.
그래도 고민은 된다.
딸아이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씩 휴대폰을 가지고 지들만의 속삭임을 문자로 주고 받는 재미를 내가 이렇게 박탈해도 되는 것인지…확신이 안선다.
산넘어 산이다. 닌텐도를 넘었더니 이제 휴대폰이 버티고 있다.
주관있는 엄마로 살기엔 현실은 많이 어렵다~~나 어렸을 때 우리 엄마, 아빠는 좋았겠다. 닌텐도도, 휴대폰도 없었는데…..휴대폰을 넘으면 이제 또 뭐가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