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드라마의 매력은 모든 인물이 좋은 표현으로 아주 개성이 독특하고, 나쁜 말로 말 그대로 지랄 같지만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융화하며 산다는 것 아닐까?
지독한 깔끔쟁이가 나오거나, 완벽쟁이가 나오고, 싹수 없는 딸래미도, 공주병 아줌마도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어떻게든 묻혀 지낸다.
그들의 톡톡 튀는 대사와 그들의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보려고 많은 이들이 보는 것이지 싶다.
'엄마가 뿔났다'는 60대 아줌마가 주인공이다. 그들의 자식들이 어떻게 결혼하고, 어떻게 엉켜 사는가 잔잔하게 특별한 사건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 드라마에서 유독 표독스런 독기를 품고 있는 이가 하나 있다. 9살 소라다.
영수(신은경)가 결혼한 남자 이종원(류진)의 딸이 소라다.
그 아이는 철이 덜난 부잣집 엄마와, 까칠한 그러면서도 완벽한 변호사 아빠를 둔 남들이 부러워 하는 가정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 아빠, 엄마의 이혼으로 엉망이 되버렸다.
물론, 이혼 전에도 그렇게 평화로운 가정속에 있진 않았을 듯 미루워 짐작은 되지만 그래도 그때는 적어도 아빠랑 엄마랑 한집에 살았다.
지금은 아빠가 다른 여자랑 결혼했고, 그 여자는 동생을 임신했다니 그 아이의 마음이 어떨까?
풍족한 걸 빼면 그 아이한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풍족한 걸 감사해야 할까.
할머니도, 새엄마도, 아빠도 잘 해주려고 노력하고 그런다. 하지만, 그 아이가 마음 놓고 기댈 만한 품은 없어 보이는 게 문제다.
소라와 같은 9살 딸아이한테 물어 봤었다.
"엄마랑 아빠랑 이혼하면 넌 누구랑 살래?"
"엄마랑!"
"그럼 아빠는 어떡해?"
옆에 있던 애 아빠가 거들었다.
"아빠는 내 옆에 붙어 있어. 그럼, 엄마랑 살 수 있잖어"
아직 9살이면 어린 나인데 그 나이에 엄마, 아빠가 이혼했고, 아빠는 새로 결혼해 동생을 낳는다고 하고, 철없는 엄마는 뭐든 즉흥적이다. 아이 혼자 놔두고 밤중에 외출하는 것도, 아이 끼니를 챙기지 않는 것도, 즉흥적으로 맘 내키는데로 여행 떠나는 것도..뭐든 자기 마음이다.
뺀질하게 잘 가꾸어진 화초처럼 그렇게 소라는 지금껏 엄마(한자)의 눈에 보이는 전실 자식, 새엄마로서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눈으로 보는 남편이 데리고 온 남편의 아이의 투정으로만 보였다.
나도 쭉~ 그들의 시점으로 보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내 딸이 나중에 커 저런 결혼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막을 꺼라고 괜한 의지를 불태우고, 한자아줌마와 같은 마음이 되어 아파했다. 그럼에도, 결혼했는데 영수(신은경)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않는 소라를 보면서 '어쩜 애가 싹퉁바가지냐..'했었다.
소라 잘못이 아닌데..소라의 엄마가, 소라의 아빠가 저질러 놓은 잘못으로 인해 아이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 뿐인데 말이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것도, 똑부러져 보이지만 허당인 그 아이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 줄까 헤아리지 못했다.
전실 자식이 있는 곳으로 시집가는 딸아이를 걱정하는 한자(김혜자)나, 인간됨 훌륭한 소라 할머니는 그저 새 며느리와 손녀가 그저 편하게 지내기를 바라고, 이 정도면 잘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영수(신은경)나, 결혼과 동시에 정체성이 없어져버린 소라아빠나, 이상하게 꼬인 소라엄마나 소라를 진정으로 안아주고, 소라의 말에 진정으로 귀 기울여 줄 이는 없는 것으로 뵌다.
어제 방송에서 소라는 엄마를 따라 하와이 가서 살겠냐는 아빠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나도 싫어! 하지만, 엄마는 혼자잖어. 엄마 옆에는 아무도 없잖어.."
아차, 했다.
소라의 표독은 어쩜 당연한 것이었는데 시청자로서, 9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니었나 싶어 마음이 짠했다.
이제야 작가도 소라의 표독을 이해시키고 싶었을까.
전실자식으로 그냥 표독을 떠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빚어진 소라의 감정 표출이 9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눈에 이제야 보였다.
"엄마는 혼자잖어, 엄마옆에는 아무도 없잖어…" 하는 마음 깊은 소라가 행복했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