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아빠는 휴대폰이 들리지 않는다고, 자꾸 끊기고, 안된다고 했다.
문자도 보내지 못하고, 그저 휴대폰으로 하는 거라곤 걸고, 받고 하는 것이 고작인 아빠껜 무료폰이 제격이었다.
공짜폰이라는 것이 결코 공짜가 아닌, 무슨 무슨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폰이다.
어쨌건 아빠는 한달동안 무슨, 무슨 서비스인지도 모르는 서비스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공짜폰으로 바꿨다. 정신 차리고 한달 뒤에 114로 연락 후 발신자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해제해 달라는 전화를 해야 했다.
아빠는 그걸 큰 딸도 놔두고, 작은 딸인 나한테 부탁했다.
전화하라고, 7월 1일이 되면 알려 달라고 하셨다. 이런, 난감할 때가…
아이 준비물도 다이어리가 부족하게 빼곡히 적어 놓고도 당일 날 "어머!" 하는 일이 부지기수인 나한테 이런 엄청난 일을 맡기다니!
휴대폰에 알람 기능은 어떤 휴대폰이든 있다.
바꾸기 전 휴대폰에는 알람 외에 특별히 일정을 저장할 수는 것 있었지만 달력에 표시하는 정도였다. 특별히 몇 시간 뒤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메뉴가 따로 없었다.
근데, 내 최신폰 OZ폰에 그 기능이 있더라는..
바꾼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 '할 일'이란 메뉴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할 일에 7월 1일 '아빠한테 서비스해제 알려드리기'라고 메모하고, 어느 시간에 어떤 음악으로 알려줄 것인가 추가하고 저장했다.
그러고 아주 까맣게 잊었더랬다.
오늘 아침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서는데 휴대폰이 울리긴 울리는데 내가 지정한 벨소리가 아니었다. 무시하려다 휴대폰을 봤는데 '아빠한테 부가서비스해제 하는 거 알려드리기' 라는 메모가 뜨는 것이다.
아차, 어찌되었건 내 기억을 일깨워준 '할 일' 덕분에 아빠게 전화를 드릴 수 있었다. 잊지 않고 전화해줬다고 아빠의 예쁨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뿐이랴~컨닝(?)하는데도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음이다.
딸아이는 영어숙제 할 때면 꼭 homework책을 가져와 내민다. "엄마 이게 뭐야?" 하거나, 스펠링을 하나씩 부른다.
참, 황당한 것이 영어를 10년을 넘게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어쩜 그런 기초적인 단어조차 흔들리는지...가끔 나의 무식에 놀랄 때가 있다.
한번은 딸아이가 아빠한테 물었는데 모르겠다고,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가 두고두고 영어 못하는 아빠가 되었다. (여기서 틀리면 나도 무너진다~^^;;)
아직은 저학년인데 엄마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글쎄, 뭘까? 배우지 않았어? 철자 다시 한번 불러봐"
하며 괜히 시간을 끌며 OZ폰으로 검색한다. 사전을 이용한 검색을 깔끔하게 끝내내고, 등줄기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잘난척 하고 알려준다.
짧은 시간 이 작업을 해내려면 오타가 있으면 딸아이한테 들킨다. 딸아이한테 엄마로서의 품위와 역할을 지키기위해 서바이벌 컨닝을 한 셈이다.
아직은 딸아이가 이 기능을 모르는 듯 하여 그나마 감사할 뿐이다.
그 시간이 길지는 않을 듯- 나보다 더 능숙하게 OZ폰을 다루는 걸 보면 머지않아 엄마의 단어 실력이 바로 뽀록 나지 않을까 걱정은 된다.
어찌되었건 오즈폰 덕에 아빠한테도, 딸아이한테도 제대로 역할을 해냈다.
오늘 신문기사에서 재미난 걸 발견했다.
왜 아이사나 편명은 OZ일까?
88년 설립된 아시아나 항공은 ICAO에 AAR을, LATA에는 AA를 신청했지만 이미 다른 항공사가 쓰는 코드라 따낼 수 없었다. 그때 호주의 한 항공사가 반납한 OZ코드를 주목했고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하는 OZ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판단해 탄생한 것이 'OZ 000편' 명칭이다. (중앙일보)
내 휴대폰은 OZ폰이다. 이 이름도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며 지은 이름일까??
하지만, OZ는 열린 인터넷을 의미하는 오픈존(Open Zone)의 약자란다.
오픈존이든, 오즈의 마법사든 내겐 마법사같은 휴대폰의 기능덕에 오늘도 가까스로(?)엄마 품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