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다닌 지 이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딸아이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며칠 전부터 배가 아프다고 먹는 것도 제대로 안 먹었다.
비상약도 주고, 핫팩으로 배를 따뜻하게도 해주었지만 증세는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 동네 소아과에선 쳇기가 있고, 맹장의 의심된다고 다음 날 다시 보자고 했다.
다음 날 하교 하자마자 바로 소아과로 갔고 의사선생님은 맹장이 의심된다고 빨리 종합병원으로 가라는 것이다.
맹장이라니...아이는 간간히 통증을 호소할 뿐 그렇게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작년에 친정 엄마가 맹장으로 응급실행 했을 때 엄마는 토하기도 했고, 많이 아파했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배 아퍼' 는 했지만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의사의 소견을 무시할 수는 없어 병원으로 급히 갔고, 소아과에 접수했다.
동네 소아과 의사를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듣던, 봤던 맹장 상태랑은 너무 다른 딸아이가 맹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에 일단, 소아과 의사선생님께 한번 봐주고 검사를 받기 원했기 때문이다.
근데, 소아과에서 받아 주지 않았다.
"맹장이 의심된다고 의뢰서에 있는데요, 그러시면 바로 응급으로 접수하셔야 검사 받으실 수 있어요"
찌질한 나는 한마디도 못하고 그러마하고 응급실에 접수를 다시 했다.
"응급으로 접수하신거라 접수비가 30000원에서 50000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네? 네…"
(접수비가 비싸다고 접수를 안하고 갈 수는 없을 텐데 이상한 친절이다.)
응급실 침대를 하나 차지하고 앉아 다른 침대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순서가 대기를 기다렸다. 응급 접수비를 주고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으로 환자가 처리되지는 않는 듯 하다. 이곳 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치료가 이루어진 것인지 어쩐지 보호자의 걱정되는 목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다. 몇 십분 기다렸을까, 간호사가 초음파 검사,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검사를 하려니 가서 접수하고 오란다. 그렇게 종류별로 검사하고 결과 나오기까지 또 1시간을 넘게 기다려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맹장 옆의 임파선이 몇 개 부은 거라는, 굳이 병명을 말하자면 '임파선염' 이란다. 약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는 말씀에 한시름 놓으며 귀가할 수 있었다.
근데, 중요한 건 우리 동네 소아과 의사 선생님한테 맹장이 의심된다는 소견으로 똑같이 강북 삼성 병원으로 뛴 사람이 있다. 우리 언니다. 조카가 아파 대굴대굴 굴렀고, 임파선과 맹장이 비슷한 위치에 있어 정확한 구분이 불가능 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다. 물론, 조카도 맹장이 아니었다.
맹장이라는 것이 딱 진단 내리기 애매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 상태가 아주 많이 경미했는데 다시 한번 검진을 해보고 그러고 검사를 들어가든 하자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한게 좋으니 검사 해보는게 좋지 않겠냐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확실한 것을 위해 검사를 해보기엔 검사비가 절대 만만치 않다. 접수비에 4가지 검사비를 합쳐 232,630원의 검사비를 쓰고 맹장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기분은 썩 게운치 않다.
말 그대로 의심이라면 한번 쯤 종합병원 소아과 의사가 검진을 해보고 며칠 더 지켜봐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딸아이의 증세가 1/10도 맹장에 근접하지 않았음에도 무작정 검사부터 들어가는 종합병원의 행태에도 불쾌했다.
정확한 거, 확실한 거 좋다. 하지만, 그러기엔 돈도 돈이지만 시간적인 낭비도 심하다.
병원에서 검사하느라 링거 꼽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것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절대 응급하지 않은 환자한테는 엄청나게 지루한 시간이었다.
뭐가 옳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도 환자의 상태를 좀 더 면밀하게 살피고 진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