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추석이다. 며느리고, 아들이고, 학생이고 할 것 없이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은 명절이다.
햇곡식으로 차례상을 준비하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을 빚는 추석이브는 우리나라 가정중에 몇 가정이나 될까?
TV 에서 보여지는 가정에서나 한복 곱게 차려입고, 며느리도 같이 차례를 지내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못하다.
오죽하면 명절 중후군이라는 말까지 동원되고, 명절이 다가오면 아내의 눈치를 본다는 남편도 생겼겠나.
며느리만 명절 중후군이 있을까. 학생도, 남편도 예외는 아니다.
더 이상 튀어 나올 수 없는 바지에, 기름이 군데군데 튄 앞치마를 두르고, 메이크업은 커녕 세수나 겨우 했을 법한 찌든 얼굴로 열심히 상차리고, 치우고 반복하는 것이 며느리의 현실이다.
그 며느리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 1위가 "얘야, 용돈 좀 올려라" , 2위 "둘째는 언제 낳니" , 3위 "더 있다 가라" 로 조사됐다.(아줌마닷컴-기혼여성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그렇다면 듣고 싶은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준비하느라 수고했다" , "어서 친정 가야지" , "우리 며느리가 최고" , "명절 음식 간단하게 하자", "아들도 거들어라" 등이란다.
며느리인 나도 100% 동감하는 조사 내용이다.
나는 어찌하다보니 외며느리가 됐고, 따라서 시어머니와 단 둘이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기름에 쩔어 추석이브를 보내고, 추석 당일에도 차례상 준비부터 마무리 설거지까지 몽땅 내 차지일 수 밖에 없다. 동서가 늦게와서, 형님이 늦게와서 혼자만 일했다는 불평은 내게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뭐, 1년에 명절이 다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 추석 2번인데 충분히 할 수 있고, 이제는 경력도 붙어 잘한다.
하지만, 뒷정리까지 다 끝내고 이제 친정에 갈 시간이 되면 먹는 거 말고는 특별히 한 일이 없는 남편은 '졸리다'고 하고, 시어머니는 '자고 가라'고 한다. 1시간이라도 먼저 시댁을 나서고 싶은 내 마음과는 상관 없는 무심한 남편과 결혼하고 8년을 넘게 싸웠다. 도와주지는 않더라고, 수고했다는 말은 않더라도 며느리가 할 도리가 끝났다 생각되면 알아서 나설 체비를 하는 해준다면, 피곤한 명절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며느리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 아닌 듯 하다. 며느리만큼 몸이 힘들지는 않겠지만, 학생도 스트레스는 있는 모양이다.
대학생이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엔 "너, 어느 학교 다녀?" 란다.
고학년들은 "언제 취업할꺼니?" , "우리 애가 이번에 장학금을 탔어" , "이제 어른이니깐 세뱃돈 안줘도 되지?" , "예전엔 예쁘고 똘똘했는데 지금은 별로다" 등도 있다.
친척들한테 듣기 싫은 말 중엔 "결혼해라" , "살빼라" 도 눈에 띈다.
명절 때 친척들과 만나 주로 하는 일로는 '할 일 없이 어색하게 가만이 있는다' 가 43% 로 제일 많았다.
명절 때 사촌 또래들과 우애가 싶은 편인가에 대한 응답으로는 보통이다(38%)가 제일 많았고, 친하다(27%), 별로 친하지 않다(22%) 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바쁘고, 친척들과 가까운 거리에 살지 않으면 말 그대로 명절 때나 얼굴을 보게 되니 사촌이라 하더라도 서먹서먹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어른들이 하는 인사는 거의 변하지 않는 듯 하다.
상처가 되는 말, 싫어하는 말은 이상하게도 잘 잊어 버리지 않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웬만하면 좋은 말로 즐거운 명절이 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