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가족 모두 피망에 가입한 이유
노무현 대통령 배너

수다가 좋다

남동생은 3남매 중의 막내다.
올해 36살 소띠에 아직 싱글이다. 유일한 취미생활은 게임이고 말수도 많지 않은데다 말할 땐 최민수처럼 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만 입을 벌리고 말해 대화할 적엔 주의를 요한다. 거기다 살집이 있음에도 언제나 살집을 근육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결혼도 안한애가 배가 그게 뭐니? 운동 좀 해"
"누나 봐봐. 이제 一자 생겼어. 이제 二 만 더 세기면 王 자야"
티셔츠를 걷어 올리고 근육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퉁퉁한 배를, 분명 살들이 겹쳐 생긴 주름임에 분명한데도 一자라고 우기는건 기본이다.

독립하지 않은 남동생과 같이 사는 엄마는 틈만나면 베트남 여자가 어떻겠냐고, 연변 여자도 괜찮다던데 하면서 남동생을 쬐는 모양인데, 오히려 남동생은 초연하다.

나도, 언니도, 엄마도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남동생은 '##$$%%^^&&'"라며 자리를 떴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같이 사는 엄마는 알아 들은 듯 "그래" 하시는 것이다.
"엄마, 쟤 뭐래?"
"몰라"
"모르면서 뭐가 그래야?"
그 자리에 3사람이나 있었지만 그 누구도 동생의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 아직도 확인이 안됐다. 뭐라고 하고 나간거지??

엄마 생신 때 고기집에 갔을 때다.
남동생은 직원을 부르더니 "$%$%$%%%%" 했다.
"네?"
"##밥 주세요"
"네? 비빔밥이요?"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답답해서 거들었다. "공기밥 주세요"

남동생이 작은 누나인 나보다 더 전화가 뜸한 큰누나한테 전화를 한 모양이다.
"누나, 피망알아?"
"알지, 뭐 해 먹을려고?"
"아니, 피망사이트말야"
"피망? 그게 뭔데?"
"그런게 있어. 지금 들어가서 가입하고 아이디랑 비밀번호 좀 알려주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피망 회원가입 화면-pmang


그리고 얼마후 나에게도 전화가 왔었다. 결국 게임엔 전혀 관심도 없는 나를 피망에 가입시켰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친절하게 문자로 전송해줬음은 물론이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매형들을 만난 남동생은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아이 아빠를 부르는 것이다.
"매형"
"어"
"피망에 가입했어요?"
"안했을 껄?"
"그럼, 주민번호 좀 알려주세요"

이렇게 해서 남동생은 친정식구들을 전부다 피망에 가입시켰다.
왜 이렇게 온 가족이 총 동원돼 가입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저 일주일동안 정지가 되서 사용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꺼로 했다가 정지먹고, 내꺼로 하고 정지먹고, 큰누나꺼로 하고 뭐, 이런식으로 돌려 사용하는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어쩐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유료게임 사이트가 건방지게 일주일씩이나 못하게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36살 남동생의 유일한 취미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피망이 뭐하는 사이트인지도 모르면서 우리집 식구는 회원가입에 동의했고, 지금 이 시간엔 누구의 아이디로 접속했는지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건 우리집 식구들은 전부다 피망에 가입함으로 피망회원이 되었다. 이것 참, 남동생의 행태에 웃어야 할지 , 울어야 할지 난감하다. 애인은 커녕 여친도 없는 남동생의 외로움을 생각해도 게임이란 걸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취미생활이기에 더더욱 36살의 싱글 남동생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그 나이답지 않은 천진스럼을 막내라는 단어를 덮어 이해해야 하는 건지, 어쩐지 애매하다.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