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딸아이 수학 단원평가 시험 날이었다.
2학년 2학기 첫 단원평가는 곱셈이다. 구구단을 다 외웠으니 특별하게 어려운 것을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문제집을 푸니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식을 만들고, 변환하는 것!
우리 때도 이런 문제가 있었나? 딸아이는 풀고, 나는 채점하고 그렇게 우리는 수학 단원 평가에 대비해 나름 공부했다.
수학 단원 평가를 치른 하교길에 딸아이와 나눈 대화다.
"수학 시험 어땠어?"
"괜찮게 봤어"
"괜찮게 봤어? 그건 어떻게 본거야?"
"봐-"
딸아이가 내민 수학 단원 평가 시험지는 20문제였다. 그 중 한 문제를 틀렸는데 말도 안되는 쉬운 문제를 틀린 것이다.
"네가 생각하기에 심하지 않니? 문제만 잘 읽었어도 다 맞을 수 있었잖어"
"1개 틀린 건 100점이랑 똑같은 거잖어."
"어이구, 그래! 너 긍정적이다"
딸아이는 갑자기 생각난 듯 한마디 하는 것이다.
"엄마! A는 하나 틀렸는데 오늘 막 울었다!"
"왜?"
"자기 집에서 쫓겨난데. 엄마가 하나라도 틀리면 집에서 쫓아 낸다고 했다나봐"
"선생님은 뭐라셔?"
"몰라. A 붙들고 한참 말씀 하시던데?"
많이 웃었다. 설마 A양 엄마가 한 개라도 틀리면 쫓아낸다고 했을까…
아이들은 순진한만큼 융통성도 떨어진다. 곧이 곧대로 말하는 바람에 난처했던 경험은 엄마라면 누구나 있지 않을까. A양 엄마도 본의 아니게 아이 시험에 목숨 거는 엄마가 되버렸다.
다음 날은 국어 단원 평가가 있었다.
채점한 시험지를 받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빨리 나눠 주시지 않자 딸아이 반 아이 중 한 명이 재촉했단다.
"선생님, 시험지 언제 나눠주세요?"
"조금 있다가"
"빨리 나눠주세요"
"그 참,, 4명 빼고 다 100점 맞았거든?"
다행이 딸아이는 4명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딸 아이반은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인원중에 4명만이 100점을 못 맞았다니..놀랍지 않은가.
문제가 그렇게 쉬웠는가 살펴봤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도 아니었다. 엄마 눈에도 자칫 덤벙거리면 놓칠 수 있는 문제도 꽤 있던데 요즘 아이들은 덤벙거리지도 않는지, 어쩐지…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 시험 전날은 내가 시험 볼 때보다 더 스트레스다. 엄마들끼리 모여 누구는 몇 개 틀렸네, 누구는 몇 개 맞았네 하는 대화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그렇고, 하긴 모르쇠로 일관해도 엄마들은 누구는 몇 개 틀렸고, 누구는 몇 개 맞았는지 아름아름 다 안다. 틀리는 것에 초월해 보려하지만 그래서 더더군다나 틀리는 개수에 연연하는 듯 싶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데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반 아이들이 거의 100점 맞는 상황이라면 문제라도 풀려서 보내야 편한 것이 엄마의 마음인걸 어쩌겠나.
내일은 받아쓰기 시험이다. 어떻게 2학년 짜리가 매일매일 시험인지 모르겠다. 월요일 빼고, 금요일 빼고 화,수,목 시험이다.
놀이터에 나가 못노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처럼 되었지만, 학교 숙제에, 학원 다녀오고, 시험전 날이라고 문제 좀 풀다 보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는 10시를 훌쩍 넘긴다.
제대로 클 시간도 없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스럽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어린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른만큼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