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약시치료를 받고 있다. B 대학병원에서 5개월이 넘게 치료를 받았다.
치료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책 볼 때, 컴퓨터 할 때, TV 볼 때 한쪽 눈을 가리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치료다.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그저 눈을 쓸 때 한쪽 눈을 가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아주 쉬운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단, 나이 제한이 있다는 것! 그래서 열심히 가려야 한다고 의사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동네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 누구나 말하면 다 알만한 어마어마하게 큰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하지만, 특진으로 진료를 받지 않고, 일반으로 진료를 받다 보니 내원할 때마다 의사선생님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선생님마다 하는 말도 다르고, 매번 조금씩이라도 차이가 있는데..
저번주 월요일날은 딸아이 안과진료가 예약된 날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검사하나 하고 기다리고, 검사하나 하고 기다리고...그렇게 2시간여를 기다리는데 지칠데로 지치기 마련이다.
안압검사라는 것이 조금의 움직이라도 있으면 제대로 검사를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이제 안과를 몇 달 째 다녀본 통밥으로 알겠다.
몇 달 다녀본 딸아이도 이제는 그 검사할 때만은 움직이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자세 취해주는데 미숙한 인턴선생님이 제대로 검사를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고, 기다리고, 다시하고, 기다리고, 다시하고를 반복했다.
대학병원에 가면 의례 하는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라 그럭저럭 기다림에도 익숙해졌지만, 불친절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같은 검사를 반복해서 할 때는 이 검사를 다시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라도 보호자든, 환자한테든 해주고 하면 좋을텐데...그런게 없다.
그저 '보이니? 안보이니?" 뭐, 이런식이다. 아이가 "아까도 했는데 이걸 또 왜 해요?" 하자,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까지 한다.
그렇게 소리지르고, 화내고 진료하는 것이 처음은 아닌 듯 옆에서 기다리던 남자아이 엄마는 저렇게 아이한테 화내고 소리질러 다음 번엔 의사선생님을 바꿔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검사에 검사를 거듭하고, 겨우 선생님을 만났다.
"안경을 쓰죠. 가리게 치료 효과를 더 보시려면 안경을 쓰고 가리게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어요"
"안경을요? 꼭 써야 하나요"
"돋보기로 시력을 교정해야 해요"
"네? 지금까지 약시 치료받은 것 아닌가요? 우리애가 원시가 있나요?"
"원시 모르세요?"
세상에서 이렇게 무식한 엄마는 처음 보겠다는 듯 그 선생님은 원시란, 근시란, 난시란...하면서 설명을 덧붙인다.
내 말은 그게 아닌데...이제껏 원시가 있다고 듣지 못해서 물어 본건데.. 갑자기 돋보기를 써야 한다니 보호자로서는 황당한 소견 아닌가.
"돋보기를 쓰는데 6학년까지 써야 해요. 그러고 안경을 벗고 싶으면 벗던가요"
그렇게 안경처방을 받고, 안과를 나섰다. 그 길로 다른 A 종합병원을 알아봤고, 특진이라 많이 기다릴 꺼라는 예상과 달리 4일만에 예약을 잡았다.
아이들만은 위한 안과라서 그럴까. 어린 환자들이 많았다. 아이들 때문에 소란스러운 거 빼고는 이쪽 저쪽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한 곳에서, 한 선생님이 검사하는 것 만으로도 덜 힘들었고, 친절한 특진 선생님의 소견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딸아이는 이제 가리게 치료도, 안경도 안써도 된다. 시력도 괜찮고 이대로 4개월 후에 다시 보자고 하셨다.
물론, S병원의 안경처방전을 찢어 버렸음이다.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은 A병원이나, S병원이나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불친절하고, 한쪽은 친절하다. 이유가 뭘까…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은 똑같이 1~2분 정도로 같은데 말이다.
번거롭게도 두 군데나 병원을 돌아다지게 됐지만, 그래도 딸아이가 갑갑한 가리게 치료로부터, 그리고 돋보기 안경으로부터 벗어난 것만으로도 만세삼창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