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될 '아내가 결혼했다'는 판타지다.
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당최, 손예진의 애교 작렬에만 신경이 쓰이고, 그들의 대사 하나하나에만 집중해 웃어 줄 뿐 관객으로서 특별하게 이 영화에서 뭔가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책으로 이미 봤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내용이 지루하게(?) 나열되어 있던, 그닥 좋아하지 않는, 월드컵 때나 지켜보는 축구이니 FC 축구, 딴 나라 사람들이 하는 경기까지 지켜볼 그런 취미생활이 되지 못하는 나로서는 책장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축구에 대한 내용만 나오면 딴생각하는 머리로 인해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웠고, 그만큼 책장을 넘기기가 더뎠다.
책보다는 쉽게, 눈만 뜨고 있으면 되는 영화는 확실히 흡인력이 있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도, 몰라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매력이었고, 내가 상상했던 아내보다 훨씬 귀엽고, 예쁜, 애교가 한번 더 결혼해도 용서가 될 것 같이 매력적이었고, 남편 김주혁은 쟁쟁되고, 투덜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결혼한 아내를 두게 된 남편의 황당한 상황을 아주 리얼하게 연기했다.
한가지 분명한 건, 남성이 두집 살림 하는 거랑, 여성이 두집 살림을 하는 건 여성, 남성의 차이만큼이나 차이 났다.
남성이 몰래 두집 살림을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사랑이 없는 젊은 여성과도 가능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으로 아주 많이 여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남편은 아내의 허락 없이 두 집 살림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내가 남편을 둘 갖는다는 것, 두집 살림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노동력을 요한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설거지하는 기본적인 가사 노동을 중첩으로 해야 한다는 것, 일하는 아내라면 일도 해야한다는 것, 그러면서 시어른께는 최선을 다해 며느리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가사를 분담하는 것도 아니고, 육아를 분담하는 것도 아니고, 시어른께 이만한 며느리가 없을 만큼 잘해야하는, 남편이 둘이라는 것은 아주 많이 피곤하고 힘든 것이다.
극중 아내는 자유연애주의자다. 결혼을 하고 보니 같이 사는 것이 아주 좋더라는,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자 그 사람과도 결혼해야겠다는 엉뚱하면서도 황당한 여성이다.
그렇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남편을 둘이나 두고 살지만, 거느리는 것은 아니다. 본 남편의 질투를 받으면서, 그 남편의 불편한 심기를 매번 달래줘야 하고, 불편한 심기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사일에 손을 뗀 남편도 그냥 넘어가 줘야 한다.
도대체 왜 결혼을 했을까.
그런 여성이라면 일하면서, 즐기면서 사랑하고 싶은 모든 사람 사랑하고 살지~~
책 속의 아내도 두 집을 왔다갔다하며 사는 생활을 힘들어 한다. 아무리 수퍼우먼이라도 지치지 않을까.
그러니깐 그게 왜 하고 싶냐고..결혼은 무덤이라는데, 무덤이 두개나 필요했단 말인가.
아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이 둘이나 있지만, 그녀는 지쳐갔다. 그녀의 삶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건 나의 보수적인, 고지식함에서 나오는 것일까.
하도 터무니 없어 손예진의 작렬 애교와,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남편 김주혁의 분노로 인한 웃음은 황당한 이야기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나 싶다.
절대 현실로 불가능한, 판타지같은 내용이 아내와 남편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줬다.
나는 한번의 결혼으로 충분히, 아주 많이 만족한다.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는 말 그대로 발칙한 상상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아내의 두번의 결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버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