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를 충전하기 위해 가까운 잉크 충전점을 찾았을 때다. 잉크가 충전되는 무료한 시간에 잠깐 시청한 드라마가 장난이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시선을 끌어 댕기는 것이다.
도대체 저게 뭔 드라만가?
일단, 장서희가 보인다.
빵빵한 얼굴로 연예프로그램에 출현한 후 2년 만인 듯 하다.
오호~ 근데, 이 드라마가 장난이 아니다.
일단 시고모란 사람은 바보라 사고만 치고, 시어머니는 교양이랑은 담쌓은 돈을 들어 내놓고 사랑하는 아줌마에, 시아버지는 아닌 척 하지만, 그닥 시어머니와 다르지 않는 인격의 소유자다.
아내는 하늘 아래 저렇게 순종적으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어 가면서 시집에, 남편에 순종적인 여자가 있을까 싶을 만큼 그렇게 답답하게 착한 여자고 그녀의 남편은 순종적인 아내한테 질려 하고, 불륜을 외식하듯 하는 모양새다.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이 벌써 심상치 않다.
도대체 뭔 드라마길래?
SBS 일일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다.
잉크 충전은 '아내의 유혹'이 끝나기 전에 다 되어 보던 중간에 상점을 나섰다. 그 후로 들른 과일가게, 떡집에서도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욕을 하면서도 아주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절친한 친구와 불륜하는 장면이 보이는가 싶더니, 내친김에 임신한 아내의 하혈까지 보여준다. 보통 일일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건강함과는 동떨어진 소재다. 자극적인 소재가 한가지가 아니다. 겁탈, 임신, 외도와 이혼, 죽음과 부활, 그리고 복수라는 모든 자극적인 소재를 한꺼번에 버무린 자극적인 비빔밥같다.
소재만 비빔밥 같지 않다. 등장 인물도 그렇다.
일단, 장서희가 맡은 은재란 역할은 '인어아가씨'에서 이복 동생의 남자를 빼앗고 결혼해 복수하는 은아리영과 그닥 다르지 않다. 좀 더 파격적이라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까.
민여사(정애리)도 비슷하다. '태양의 여자'에서 교수로 분하며 입양한 딸을 구박하던(?) 그 모습 그대로,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차가운 엄마로 입양한 아들을 잘 키웠지만, 친딸과의 관계는 인정하지 못하는 위선자다. 하지만, 비슷하게 세련된 복장의, 헤어스타일까지 '태양의 여자'의 교수역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새롭지 못한 캐릭터들이 다른 이름으로 비빔밥의 고명으로 얹어진 느낌이다.
'아내의 유혹'의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은재와 자매처럼 컸지만, 독하게 남 것을 차지하려는 여자-애리(김서형), 그녀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것 같은 남자 은재의 오빠 강재(최준용), 우유부단함에 부실한 능력에 외도를 즐기는 교빈(변우민), 아직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순종적인 여자-은재(장서희), 막되먹은 시어머니에, 졸부 시아버지, 많이 모자란 시고모(시아버지가 민여사의 사이에서 얻은 딸), 생활력 강하고 자식 걱정 많은 은재의 친정엄마(윤미라), 생활력이라고는 전무한 착하기만한 은재의 아빠(김용건)
'아내의 유혹'은 현모양처였던 은재(장서희)가 남편 교빈(변우민)한테 버림 받고, 무서운 팜므파탈로 변신 복수한다는 이야기다.
'부부클리닉'도 아니고, 초저녁 시간에 이런 소재의 드라마를 방송한다는 것 자체가 당화스러운데, 이렇게까지 자극적인 비빔밥으로 시청률을 올리고 싶을까.
드라마의 소재가 자극적인 만큼 '아내의 유혹'은 욕을 하면서도 보는 묘한 중독성은 분명 있다.
맵고 짠 음식에 중독성이 강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소재가 소재니만큼 초저녁 시간대의 일일 드라마가 아니라, 늦은 시간의 드라마로 방송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아내이 유혹'이 앞으로 어떻게 자극적으로 내용이 비벼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데 확실히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