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총알처럼'아니라 '총 맞은 것처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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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엄마들이 자주 하는 거짓말(?)이 있다.
"우리애가 또래 애보다 커서요…"
"우리애가 책을 좋아해서요"
아주 많이 듣는 거짓말중의 하나다. 또래 애보다 크다는 말은 거의 사실이 아니다. 한 때 아동복을 판매했던 내 경력으로 비추어 봤을 때 또래 애보다 크다는 아이는 열에 셋정도다.
그저 옷을 크게 입히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왜 책을 좋아한다고 남들한테 말할까.
남들보다 책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크기를 엄마들은 바래서가 아닐까 싶다. 희망사항을 말로 내뱉으면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해서일까.

그래서 나는 아이를 낳기 전에 결심하고 또 결심했었다. 절대로 고슴도치 엄마눈으로 아이를 보지 않겠다고..

나도 그렇게 말하고 다니고 싶다.
우리 애가 또래 애 보다 커서요, 우리 애가 책을 워낙 좋아해서...^^;;

하지만, 9살 딸아이는 또래 아이만 하다. 그저 평균이고, 거기다 책을 좋아하느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저 의무적으로 책을 읽기는 하지만, 아주 좋아서 읽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부모의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냉정한 시선으로 봤을 때 그렇다.
의무적으로 읽는 책이건만 저번 주는 그것마저 뜸했다. 학교 숙제에, 시험에, 거기다 영어학원 숙제까지 하면 어느 새 늦은 10시가 되어 있고, 그럼 아이는 누워 뭉게는 것도 못해보고 그냥 침대로 직행한다.
그제서야 잠들기 전에 책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그마저도 '책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꾀를 부릴 때가 많다.

어떻게 해서든 새로 구입한 책을 읽혀야지란 마음으로 주말을 맞았다.
일주일내 학교 다니느라 티비도, 컴퓨터도 못했던 딸아이는 숙제를 겨우 마치고는 보충하듯 티비에 컴퓨터에 빠져 들었고, 그 나마도 엄마의 제재에 더 이상 못하게 되자 노래를 듣는 것이다.
딸아이는 대중가요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원더걸스의 'nobody', 빅뱅의 '붉은 노을', 김종국의 '고맙다',동방신기의 '주문'까지 줄줄 외더니 신곡으로 치고 올라온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열청하고 있다.
듣고 또 듣고 따라 부르기까지 한다.


방에서 책을 읽는가 싶어 가봤더니 책상에 엎드려 뭔가를 아주 열심히 적고 있다.
"뭐해?"
"어, '총 맞은 것처럼' 가사 적어"
"뭐? 책 안 읽어? 책 좀 읽어라. 그까짓 노래 가사 적지 말고!"

으앙, 이건 몇 십년전 우리 엄마가 내게 썼던 대사(?)다.
우리 엄마도 딴짓하고 있는 내게 책을 읽히려, 공부시키려 부단히 노력했는데, 지금 내가 딸아이한테 똑같이 하고 있다!

흥분해 아이 방에서 나오는데 아이 아빠가 말을 건넨다.
"뭐 하는데?"
"총알처럼 가사 적고 있잖어. 책 읽으라니깐"
그때 딸아이가 따라 나오며 아주 조용히 한마디 거든다.
"엄마, 총알처럼이 아니라 '총 맞은 것처럼'이야"

어이구, 나도 그랬다. 울엄마가 한 글자씩 틀리면 꼭 꼬집어서 바로 잡았다. 똑 바로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말이다.
미달이 아빠가 "장모님, 그게 아니구요~~~"할 때 찔려서 더 많이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우리 엄마한테 들었던 대사를 딸아이한테 그대로 나도 모르게 쓰고, 딸아이는 무섭게 나의 어린 시절처럼 콕 꼬집어 준다.
엄마의 저주(?)가 제대로 먹혔다. 우리 엄마가 날 키우면서 그랬다.
"나중에 너랑 똑같은 딸 낳아 키워라!"

네, 참...저 걸!! 우짜겠나,,,나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저 딸래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