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에덴의 동쪽' 이제야 신명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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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멀쩡한, 잘나가는 배우들 데려다 너무 그림처럼, 병풍처럼 쓰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에덴의 동쪽'의 젊은 배우들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아니, 어린 시절엔 비중이 꽤 컸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성인배우로 바뀌면서 말도 안되는 설정이 반복되고, 그러면서 그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 중 박해진의 비중은 말 그대로 보잘 것 없었다. 왜 지현(한지혜)을 사랑해서는, 당최 부자연스런, 똑똑한 척 하는 그녀의 연기에 몰입도 안되는데, 남편이 조금이라도 힘없는, 힘빠지는 모습만 보이면 이 여인네가 불같이 화를 내기까지 한다. 태호는 예쁘지만, 더 이상의 아이는 원하지 않는다는 모순까지 비호감이다.
그 연기가 자연스러웠다면 그녀가 커리어 우먼으로 뵐텐데, 아이를 볼 때나, 일을 할 때나, 남편한테나 어색 그 자체다.
그 여자를 얻어 도대체 신명환이 뭐가 잘 됐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의 불행은 이제 완전하게 시작됐다.

출생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졌다. 시청자한테 비밀로 쉬쉬한 것도 아니고, 시청자는 이미 그들이 바뀐 것을 알았고, 30부를 넘게 방영하는 동안 거의 까먹었다. 쟤가 신명훈이고, 얘가 이동욱이야라는 생각을 굳이 할 것이 그냥 보게 됐더란 말이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괴로워하는 신명훈 - IMBC


근데, 밝혀졌다.
그 비밀을 신명훈만 안다.
KBS 주말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유독 색 짙은 입술 색이 눈에 띈, 귀공자 스타일의 박해진은 연상, 거기다 직속상관인 설칠을 좋아하는 연하남으로 분했다. 그때만해도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라 더 참신했던 것도 있지만 맑은 피부에, 젊은, 거기다 키까지 훤칠하게 커서 그냥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저런 연하남이 쫓아다니면 기분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열심히 봤었다. 그런 그가 '에덴의 동쪽'에 신명훈으로, 그것도 출생의 비밀을 가진, 뒤바뀐 운명의 소유자로 캐스팅 됐다길래 나름 기대했었다.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설칠때문에 힘들어 했던, 눈물 똑똑 흘리던 그를 기억하기에, 이번에도 그의 눈물과 더불어 제대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 껏 그가 한 것은 어설프기 그지 없는 사투리와, 악다구니만 쓰는 것이 다였다. 드센 신태환을 아버지로 둔 죄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일관돼 더더욱, 거기다 지현과 결혼하고는 존재 의미가 더더욱 부실해져 언제 신명환이 반짝 하려나 했다.

윽박지르는 신태환-IMBC


이제야 그가 보이고 있다.
아버지한테도 소극적인 반항이 아니라, 적극적인 반항으로 대응하고, 친 엄마를 찾아가 눈물 지으면 괴로워하고, 태성을 구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태우는 아내 지현에게도 그닥 위로 받지 못하는 여린 신명훈을 보여주고 있다.
어제 신명훈이 엄마(나현희)를 붙들고 '엄마한테만은 자랑스런 아들이 되고 싶었다'는 그의 토하는 듯한 말에 왈칵 할 뻔 했다. 너무 드센 아버지와, 부잣집 딸래미 같지 않은 푸근한 어머니 사이에서 그가 지금 껏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나마 이 부모가 내 부모가 아니란 걸 알았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나…

어머니에게 만큼은 좋은 아들이 되고 싶었어요-IMBC


지 아버지인줄도 모르고 칼 갈고 있는 이동욱을 보고 있자니 밉상이다.

신명훈 다 좋은데, 운전 하면서 괴로워하는 장면은 웬만하면 편집했음 좋겠다.
보는 시청자가 더 마음 졸인다. 운전하면서 우는 것까지야 어쩌겠냐만, 눈을 꼭 감고 한참을 있다가 뜨면 도대체 앞차가 급 정거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옆에서 불쑥 끼어들 수도 있는데, 안전운전이 아니다.
절대 사고가 나지 않는 드라마라고는 해도 운전하는 시청자를 위한 작은 배려로 그런 장면은 좀 지양했음 싶다.

그래도 오랜만에 박해진이 연기다운 연기를 했다. 심하게 동철이한테 맞춘 포커스가 균등하게 흩어져야 멀쩡한 젊은 배우들이 그림자가 아닌, 제대로 역을 해내야 그들이 드라마가 완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그들이 겪을 혼란에 살짝 설레이기도 한다.

'에덴의 동쪽'이 다시 아역배우들 때의 정이 묻어나는 드라마로 돌아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