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가 좋다 :: '천사들의 합창' 히메나 선생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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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좋다

딸 아이반 담임선생님은 연세가 좀 있으시다. 낼 모래면 예순이고, 손주도 있다.
그래서 딸아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푸근한 할머니 같은 선생님을 만나 배우는 것은 적겠지만, 적어도 아이들을 잘 이해해주겠구나 싶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오래지 않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모습을 뵈주셨다.

학기 초 반 오리엔테이션때다.
담임선생님은 1년 동안 아이들한테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부모님들이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말미에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우리 반 여자애들은 다 잘해요. 남자애들이 문제에요. 많이 떨어져요~"
그 말씀을 전해들은 남학생 엄마들은 저마다 썩소를 띄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시작한 2학년은 남학생들에겐 유독 혹독했다.
남자 아이들에게 시작한 꿀밤 체벌은 엄마들이 있는데 서도 아무렇지 않게 가해졌고, 2학기를 마쳐가는 지금, 반 아이들은 꿀밤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버렸다.
여학생이 꿀밤 맞는 것은 손에 꼽지만, 남학생이 꿀밤 맞는 것은 아주 흔한 일에 속하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30cm자로도 때리고, 자석봉으로 채벌을 가한단다. 그것도 머리에!

엄마들은 아이한테 불이익이 가해질까 싶어 선생님께 그 어떤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그렇게 보냈다. 이제 다음주면 방학이다. 그 방학을 앞두고 우리 담임선생님 오늘도 크게 한 껀(이건 '건'이라고 쓰면 안된다. 강조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하셨다.


A군은 소심하지만, 그렇게 튀지도 않는 남학생이다.
그 A군의 글짓기 실력은 2학년을 다 마치는 이 시점에도 담임선생님의 눈엔 그닥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A군이 하는 방과후 특기 적성 공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4교시 수업을 마친 반 친구들은 하교를 하고 특기적성 하는 친구들은 특기적성 교실로 이동해야 했다.
A군의 엄마도 공개수업을 보러 당연히 학교에 왔음이다.
공개수업이 시작됐는데 A군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걱정된 A군의 엄마가 교실로 찾아 왔는데…

담임선생님과 마주 앉은 A군은 고개도 못들고 꺽꺽 울고 있더란다.
"아니,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A가 글 짓는 것이 부족해 지금 글쓰기 연습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아, 네...공개수업에 안와서요"
"네, 공개수업 가야지요. A 많이 격려해주세요"

상황은 이랬다. A군은 점심을 먹자마자 선생님과 마주 앉게 됐고, 선생님은 A군한테 글을 쓰라고 시켰다. 물론, A군도 잘못은 했다. 글짓기 숙제를 반밖에 해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나머지를 해야 했지만, 선생님과 마주 앉아 윽박지르며 글을 쓰라니 A군이 주눅 들어 울기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를 윽박지르고, 그것도 모잘라 A군의 엄마한테도 글짓기 연습을 시켰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시고, 거기다 덧붙여 A군을 격려해주라고까지 하셨다.

그렇게 아이가 걱정이 되면 집에서 나머지 숙제를 해오라고 하시던가, 선생님과 마주 앉아 아이가 주눅 들어 어떻게 글짓기를 하라고 그렇게 하셨는지, A군의 어머니는 선생님의 태도에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A군은 결국 특기 적성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고, 울며 귀가했다.

그 사건을 A군 엄마한테 전해 들으며 많이 안타까웠다.
A군 엄마가 봤을 때 A군의 글짓기 실력은 학년초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선생님의 눈높이와 엄마의 눈높이가 다르니 그건 어쩔 수 없는 갭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2학년인데, 글짓기를 지금 잘하면 얼마나 잘하고, 못하면 얼마나 못하겠는가. 반 친구들이 아직 하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생님 책상으로 불려 나가 그렇게 마주 앉아 벌서는 것처럼 있어야 했던 A군은 생각하면 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 조금만 아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A군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남 일 같지 않다.


아이들을 위한, '천사들의 합창'의 히메나 선생님이 오늘 유난히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