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유혹'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 한사람에 속하는 이가 바로 나다.
처음엔 구은재(장서희)가 언제쯤 어떻게 복수를 하게 될 것인지 지켜보는 마음이었다. 저렇게 끝없이 사람의 인생이 막장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까 싶을 만큼 그렇게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못했고, 그녀의 순종적임이 짜증스러워 그녀의 변신을 지켜봐야겠다는 이상한 오기로 한회, 한회 봤다.
이제나 저제가 기다렸던 그녀의 칼을 뽑는데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메이크업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구은재 일 때 갖었던 부은 듯한, 그러면서도 멍청한 표정과 얼굴이 놀랍도록 예뻐졌다. 구 은재가 민 소희로 바뀌었을 뿐인데 그녀의 얼굴에 붓기는 사라졌다.
붓기가 내리자 그녀의 얼굴은 아주 자연스럽고, 거기다 치켜 세운 아이라인과 분명 했지만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까지 보태진데다 눈밑의 점까지... 예쁘다. 그러자 우유부단한 전남편 교빈(변우민)을 쪼물딱 쪼물딱 가지고 노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쾌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하늘이 벌하는 걸 기다리느니 직접 단죄를 하기 위한 그녀의 모습이 밉지 않을 뿐 아니라, 그저 이 땅의 여자로 살아가는 한 아줌마로서 대리만족을 하며 즐기고 있다.
그 재미에 애리(김서형)이 빠지면 안된다. 악역은 미워야 하는데, 밉지 않은 악역도 분명 있다. 근데, 애리는 아주 많이 밉다. 밖에 나다니면 어르신들께 돌께나 맞던가, 욕께나 먹던가 할 정도로 악녀 연기가 물 올랐다. 물 올랐다는 표현이 맞을까.
삐쩍 마른 76년생인 그녀가, 이제 껏 맡은 역할 중에 제일 기억에 남을 만한, 시청자 기억에 콕 박힐 만한 역이길 바랬을까. 지나치다 싶은 만큼 그녀는 표독을 떨고 있다.
악을 악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처럼 악악거리고 다니고 있다. 시어머니의 꾸중도 바쁘니깐 나중에 퇴근하고 와서 듣겠다는 그녀다.
(시어머니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며느리는 대한민국에 그닥 많지 않을텐데...내가 못하는 거 그녀가 해줘서 통쾌했다면 우리 어머니 기분 나쁘실려나??)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지만, 교빈의 아버지(김동현)는 자식이 며느리를 죽이는 동영상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3억을 선뜻 내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한치 건너 두치라더니 며느리는 며느리일 뿐이다. 아무리 현찮아도, 만족스럽지 못해도 아들은 아들 아닌가.
그 아들을 위해 3억을 지불하고, 성을 버럭 내지만 교빈의 인생에 그늘이 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런 그가 과거에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도 궁금해진다.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이 있다. 교빈이 고모로 분하는 하늘(오영실)이다. 처음엔 어색함과 동시에 심하게 오버스러워 , 도대체 왜 아나운서 안하고 바보를 자청해 연기하는 걸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되지 않은 지금 완벽한 하늘이다. 10살 정신 연령밖에 안되는, 좀 모자른 듯 한 그녀지만 얄미운 시누이 역할도 완전히 할 뿐 아니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안다. 그래서일까.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기분 좋아진다. 그녀처럼만 세상을 살면 행복할 것 같기도 하다.
거기다 전직 아나운서라 그럴까. 발음까지 아주 정확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 톤이라 더더욱 밉지 않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수영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시간내에 배워 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거기다 물을 싫어 했던, 물에 빠져죽을 뻔 했던 은재(장서희)가 완벽하게 자유형을 하는 걸 보면서, 능숙하게 만능이 되어가는 그녀를 보고 따지지 말고, 그녀의 복수를 기다리는 시청자를 위해 그 정도 스피드는 이해해야 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은 내용이 오히려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까지 느끼게 한다. 심하다 싶은 만큼 달리는 이야기의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등장 인물, 누구하나 뜬 느낌 없이 완전함이 '아내의 유혹'을 더 재미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